[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신풍제약이 자기주식을 처분하면서 얻은 수익률이 약 75배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풍제약은 22일 장 종료 뒤 홍콩의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탈 인베스트먼트'에 58만주를 넘기는 등 해외투자자들에게 128만9550주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팔았다. 처분가액 총액은 약 2153억원으로, 한 주당 가격을 16만7500원에 책정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신풍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1897억원 이상의 수익을 한 순간에 챙겼다.
주목할 부분은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얻은 수익률이다.
자사주 매각 전 신풍제약은 보통주 500만3511주, 우선주 20만8770주 등 총 521만2281주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해 왔다. 자기주식 보유 비율은 전체 발행 주식수(5518만4990주)의 9.3%로 상당한 편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가액은 약 116억8763만원이다. 보유 중인 자기주식으로 나누면 한 주당 평균 취득원가는 약 2242원에 불과했다. 결국 주당 평균 2000원 초반에 취득한 자기주식을 17만원에 매각하며 수익률을 75배까지 끌어올렸다.
신풍제약의 이번 자기주식 수익률을 이해하기 위해선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95년 이 회사 설립자인 장용택 전 회장(2016년 별세)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큰나무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업이 경영난에 빠지자 장 전 회장은 1996년 1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총 1166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신풍제약에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10년 뒤인 2006년 장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때 장 전 회장은 손해배상 차원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신풍제약 보통주 49만8819주와 우선주 2만877주를 자신이 설립한 신풍제약에 대물변제했다. 이후 2011년 10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신풍제약의 자기주식 대부분은 당시 장 전 회장이 대물변제했던 물량이다.
창업주가 배상 차원에서 내놓은 자사주는 우여곡절끝에 회사의 큰 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간판 제품 피라맥스가 약물재창출 형태를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대상이 되면서 각광을 받게 되자, 오래 전 신풍제약을 짓눌렀던 악재가 14년 만에 호재로 바뀌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각 이후에도 신풍제약 자기주식 392만2731주를 남겨 놓고 있다"며 "향후에도 해외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매각을 통한 또 한 번의 큰 수익 실현 여부가 시장의 관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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