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제약·바이오 일부 기업 대주주와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업계 화제다. 코로나19 테마를 타고 주가가 최대 10배 가량 치솟으면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차익 실현을 했다는 특수관계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일제약은 평소 5000원하던 주가가 지난달 6만원까지 폭등했다. 그러자 창업주 홍성소 회장의 부인과 세 딸들, 그리고 홍 회장의 형제 등이 주식을 앞다퉈 대규모로 내다 팔았다. 최근 두 달간 이들이 거머쥔 돈은 150억원 가량이다. 신풍제약에선 6000원 하던 주가가 지난 5월 3배 이상 뛰자, 장지이씨의 시아버지 민영관 씨가 97만주를 전량 처분해 192억5000여만원을 챙겼다. 장지이씨는 장원준 신풍제약 사장의 넷째 누나다.

진단키트 리더 씨젠에서도 천종윤 대표의 친형 천종태 씨가 최근 4만주를 처분해 54억원을 쥐었다. 천 대표 조카 천미영씨는 30만원대 최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40억원을 확보했다.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에서도 오너가의 차익 실현이 일어났다. 유바이오로직스, 우리들제약에선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처분했다.

업계 반응은 다양하다. "제약사는 창립 초기 가족이 힘들게 꾸리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오를 때 수익 실현이 불가피하다", "주식을 고점에 판 뒤 저점에 다시 사서 경영권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상속세, 증여세 해결 차원이다" 등등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반응이 꽤 된다.

반면 "어려운 시기에 테마 타고 주가가 올랐다고 매도하는 것은 조금 자제해야 한다", "임상 초기 단계에서 가격 올랐다고 파는 것은 도의적으로 다소 아쉽다"는 견해들 역시 나오고 있다.

개인 소유 재산에 대해 타인이 간섭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오너가 역시 사람이어서 주가가 오르면 팔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최근 일어난 특수관계자들의 지분 매각을 꼼꼼히 살펴보면 아쉬운 구석도 보인다. 해당 회사가 코로나19 테마주에 단순히 편승했거나, '이제 막' 후보 물질 발굴 혹은 임상시험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편이다. 과학적인 내용이 들어가다보니 기업 내부나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해도 차이에서 특수관계자들과 일반투자자들의 격차가 크다. 이에 따라 오너가의 주식 매도는 '이 회사엔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시그널이 되면서 주가 하락과 일반투자자들 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신일제약(6만원→2만원)을 비롯해 일양약품(9만원→6만원), 씨젠(30만원→22만원) 등이 실제로 그랬다.

이는 "내부자가 주가의 고점을 알고 팔았다"는 '모럴 해저드' 논란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론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너가 내부 정보를 통해 주식을 먼저 팔아치운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신라젠은 '모럴 해저드 논란'을 넘어 법정까지 간 사례 중 하나다.

'K-바이오'란 별칭이 붙을 만큼 제약·바이오산업이 각광 받는 시대가 왔다. 그 만큼 해당 기업들을 지켜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엄중한 시기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쓰기'로 오해받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