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대한항공이 신용 경색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은 24일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를 설치하기로 했고, 코로나19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대형항공사도 자금 투입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틀 만에 국책은행들이 대한항공 지원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코로나19가 올 상반기 전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국내 기업 중 직격탄을 가장 강하게 맞은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3월부터 각국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공항 폐쇄, 국제선 축소 등을 단행하면서 대한항공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달 둘째 주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전체 125개 국제선 중 93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또 29개 노선 운항을 감편, 국제선 운항률이 14.8%로 확 떨어졌다.

여객 수입 감소는 자연스럽게 경영난으로 직결된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이 25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가 중국을 제외하곤 잠잠했기 때문에 나온 예상이다. 대한항공 내부에선 코로나19가 이런 식으로 악영향을 계속 미칠 경우, 향후 빠져나가는 여객 수입이 매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추세면 신용 경색은 불을 보듯 뻔하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3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리스 물량이 2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위기를 면할 수 있는 현금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일단 지난달 6200억원의 ABS 발행에 성공, 급한 불을 끈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 등 유휴자산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도 추진하기로 하고 인수단 꾸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엔 오는 7월1일부터 쓸 수 있는 선불항공권을 처음으로 출시, 미래의 항공권으로 당장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간절함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 극복에 있어 필요조건으로 여겨졌던 수단이 바로 정부 및 국책은행의 즉각적인 자금 지원이었다. 특히 항공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리면서 시스템이 붕괴됐을 경우, 복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기업 내부 실책이 아닌 코로나19에 따른 외부 충격으로 흔들린 대한항공 입장에서 더욱 절실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기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일 대형항공사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항공사들의)자본 확충, 경영 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은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정부의 대한항공에 대한 자금 투입 가능성에 물음표를 보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전 위원장인 김석동 한진칼(대한항공 지주사) 이사회 의장 등 한진그룹 수뇌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끝에,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던 이달 말 앞두고 국책은행 대출이 성사됐다. 자금 운용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책은행 지원금을 필두로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선불항공권 판매 등으로 현금이 유입되고, 정부의 세제 혜택이 단행되면 대한항공 유동성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