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 2분기 내 국내증시가 급락할 경우 추가 자금을 풀기로 했다. 대신 해외주식과 채권 등 해외 투자를 축소한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1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4차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대책안을 논의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지수가 한 때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판단, 위기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위기지수가 지난달 24일 93.4점으로 2008년 금융위기(93점) 당시의 수준만큼 올랐다가 이달 15일 81.8점으로 하락했다.

기금위는 코로나19에 따른 중장기적 경기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경기 전망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부정적 시나리오를 나눠 분석하기로 했다. 긍정적 시나리오로는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2분기 정점을 찍은 후 완화되고 각국의 통화·재정정책 공조로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부정적 시나리오로는 코로나19 확산이 올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주요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면 내년에도 경기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금위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2분기 대응방안부터 우선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우선, 기금위는 2분기 내 주가급락이 다시 발생하면 가용자금 범위 내에서 추가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피해를 받은 이들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예외시키고 있어, 국민연금의 수입이 감소될 우려도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여유자금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자산은 보험료 납부예외정책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자금집행 규모를 축소키로 했다. 단, 우량한 대체투자가 있다면 추가 자금집행도 가능하다.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투자는 줄이되,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기회를 계속 넓히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달러 조달이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평균환율 거래를 확대키로 했다. 시장평균환율 거래는 외환시장 개장 전 필요한 조달금액을 당일 외환시장 평균환율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달러 조달 리스크를 줄이고자 해외자산 매입자금을 선도환(선물환) 매매로 분산해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국내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자산 및 대체투자를 확대한다. 반대로 경기부진이 내년까지 계속되면 해외채권 유동화를 통해 저평가된 우수 위험자산 매입을 검토하는 등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부정적 전망 시나리오는 5~6월 중 기금위에 별도 보고키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