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코스닥 상장사 해성산업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한다. 두 회사는 모두 '은둔의 거부'로 알려진 단재완 회장 소유다. 해성산업이 수행해 오던 단재완 회장 일가의 자산 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해성산업은 오는 7월 1일자로 한국제지를 합병한다는 내용을 다룬 이사회 안건을 지난 1일 가결시켰다. 주주들에게 합병 찬·반 여부를 묻게될 주주총회는 5월 27일 열리며, 이날부터 6월 16일까지 합병 반대 주주로부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받는다. 합병 법인의 신주는 7월 13일 상장된다.
합병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해성산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국제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제지는 사실상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진 상폐되는 셈이다. 한국제지 주주들에게는 대신 1주당 약 1.67주의 해성산업 주식을 지급한다.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흡수합병한 사례는 흔치 않다.
해성산업의 최대주주는 국내 최고의 자산가로 알려진 고 단사천 회장의 장남인 단재완 회장(30.1%)이다. 단재완 회장의 두 아들인 단우영 한국제지 부회장과 차남 단우준 한국제지 사장도 각각 15.7%와 1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단재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는 62.9%다.
해성산업은 빌딩 관리와 임대사업을 벌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재완 회장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의 성격을 띠는 법인이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직접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해성1빌딩과 해성2빌딩 관리를 도맡고 있으며, 서울 중구의 해남빌딩과 해남2빌딩 등은 해성산업 법인 명의로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한국제지는 부동산과 현금 자산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단재완 회장 일가가 거느리고 있는 제조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재완 회장과 단우영 부회장, 단우준 사장 등이 32.1%의 한국제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해성산업 또한 6.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해성산업은 해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놓이게 된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개인 자격으로 소유하고 있던 한국제지 지분은 해성산업 지분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해성산업에 비해 한국제지 지분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까닭에 현재 계획대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해성산업에 대한 지배력은 소폭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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