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기자] 휠라코리아(이하 휠라)가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실적 갱신에 성공했다. 대다수 패션회사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휠라의 성공비결은 뭘까.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브랜드 리뉴얼’과 ‘판매채널 이원화’가 원동력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의 클래식한 멋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제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는 한편 온라인 사업 강화를 통해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휠라는 2016년 봄 시즌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브랜드 리뉴얼의 초점은 기존과 같은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으로 맞춰졌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소싱과 유통, 두 가지 전략을 재정비했다. 아울러 100년 이상 된 브랜드 헤리티지(유산)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재해석하고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공통 커뮤니케이션 강화에도 나섰다.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된 것도 문제였지만 전 세계 패션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던 시기라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윤윤수 휠라 회장이 2016년 10월 열린 글로벌 정례회의 GCM(Global Collaboration Meeting)를 비롯해 수시로 ‘원 월드 원 휠라(One World One FILA)’를 모토로 글로벌 공통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주문했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휠라의 이 같은 변신 노력은 좋은 약이 됐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2’ 등을 출시해 레트로(복고) 열풍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휠라 관계자도 “당시 문화 쪽에서는 이미 레트로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며 “100년이 넘은 브랜드 고유의 정통성을 레트로 감성으로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현대적 감성을 덧입히는 작업에 몰두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레트로 시류를 읽고 선제적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했던 것도 휠라가 ‘제2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배경이지만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드는데 한몫 거들었다. 실제 휠라는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를 시작으로 최근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와의 협업도 진행했다. 또 메이크업 브랜드 ‘베네피트(Benefit)’, 배틀로얄 게임인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의 협업에 이어 식음료 브랜드 ‘펩시’, ‘츄파춥스’, ‘메로나’ 등 독특한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제품을 분리한 ‘투 트랙(Two Track)’ 전략도 휠라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이다. 휠라는 공식 온라인몰을 리뉴얼하고 온라인 단독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기존 판매 경로였던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대중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대신 10~20대 고객 비중이 높은 온라인에 보다 파격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을 소량으로 빠르게 생산해 출시해 왔다. 이같은 전략 덕에 휠라의 2017년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가량 성장했고, 지난해 역시 2017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휠라는 올해 역시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휠라 관계자는 “글로벌 공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도 휠라만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