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SK그룹이 계열사 상장 전략을 조정하며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 사업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에코플랜트는 완전자회사화를 통해 사업 성과를 모회사 주주가치에 연결하고 솔리다임은 상장 이외의 투자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이다.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수용하면서도 핵심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의 중심축은 유지하는 모습이다.
SK㈜는 지난 4일 에코플랜트 잔여 보통주 1643만4638주를 주당 8만8000원에 장외매수하기로 했다. 전량 매입하면 약 1조4462억원이 투입된다. 오는 24일까지 장외매수를 진행한 뒤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반도체·AI 중심으로 바꿔온 에코플랜트의 사업구조에 맞춰 지분구조까지 정비하는 수순이다. 에코플랜트는 2024년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편입한 데 이어 지난해 반도체 소재 계열사 4곳을 추가로 확보했다. SK㈜는 올해 4월 FI 보유 지분 일부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잔여 보통주 매입에 나서며 사업 재편의 성과를 온전히 확보하는 방향을 택했다.
완전자회사화가 마무리되면 에코플랜트의 이익과 배당에 대한 SK㈜의 몫이 확대된다. 별도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과 모회사 가치 할인 우려를 줄이면서 반도체 가스·소재·모듈과 첨단시설 구축 사업의 성과를 SK㈜ 주주가치에 연결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금 투입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지만 상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여지도 커진다.
이러한 선택은 달라진 자본시장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조를 제시했다. 해외 자회사 상장에도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면서 기업은 자금조달 효과와 기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SK㈜가 에코플랜트의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를 멈추고 투자재원 조달 방식을 다시 살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의 프리IPO·IPO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에 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며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상장 여부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할 대체 경로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공장 합작투자, AI컴퍼니가 보유한 솔리다임 지분 일부 매각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SK그룹의 AI·반도체 집중 전략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SK스퀘어가 골드만삭스와 협상 중인 티맵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이 대표적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플랫폼 자산에 묶인 투자금을 회수해 핵심 분야에 재배분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SK스퀘어는 이미 해외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AI·반도체 분야의 투자 기반을 넓혀왔다. 올해 2월 기준 미국 AI 추론 칩 기업 디매트릭스와 차세대 AI 칩 개발사 테트라멤 등 미국·일본 기술기업 7곳에 누적 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올해 AI 인프라와 반도체 밸류체인 분야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비핵심 자산 회수와 신규 기술기업 투자를 병행하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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