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회사인 캠코선박운용의 흡수 통합을 추진하면서 선박펀드 운용 기능의 승계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통합을 결정했지만, 현행 선박투자회사법상 선박운용업 허가 요건과 겸업 제한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그동안 캠코가 자금을 대고 자회사가 펀드 운용을 전담해 온 만큼 기존 운용계약의 처리와 전문인력 재배치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취임한 신임 대표이사의 임기 처리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통합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캠코선박운용과의 통합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과 추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에서 모회사와 연관 기능이 높은 자회사를 통합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정원 12명 규모의 캠코선박운용을 캠코에 흡수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통합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캠코가 자회사의 선박운용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선박펀드 운용은 단순한 내부 업무가 아니라 별도의 법률에 따라 허가받은 전문 운용회사가 맡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박투자회사법 제30조에 따르면 선박투자회사는 선박 취득과 대선, 관리, 매각 등 법률에서 정한 업무를 선박운용회사에 위탁해야 한다. 동법 제31조는 선박운용업을 영위하려는 법인이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인지 여부와 납입자본금, 선박운용·금융 전문인력 등도 허가 요건에 포함된다.
캠코의 법적 지위가 쟁점이다. 캠코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따라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상법상 주식회사 규정을 준용하는 것과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캠코가 선박운용업을 직접 수행하려면 이러한 법인 자격이 선박투자회사법의 허가 요건에 부합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겸업 제한도 통합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박투자회사법 제32조는 선박운용회사의 다른 업무 겸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캠코는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구조조정 지원, 공공자산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선박운용업 허가 자격을 충족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선박운용업을 한 법인에서 병행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결국 캠코가 기존 자회사의 선박운용업 허가에 따른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지, 신규 허가가 필요한지, 기존 업무와의 겸업이 가능한지에 따라 통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법인 통합을 결정했다고 해서 전문 운용 기능까지 별다른 절차 없이 흡수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이번 통합은 캠코가 선박펀드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별도 운용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했던 2015년의 결정과 대비된다. 캠코선박운용은 2009년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구조조정기금으로 조성한 선박펀드 33개의 운용과 관리를 맡았으며, 2015년 3월 캠코가 기금 소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캠코는 선박펀드 운용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신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별도 법인 체제를 유지했다. 구조조정기금 사업 종료 후에도 자체 재원으로 선박펀드를 계속 조성하되 자산 운용과 사후관리는 전문 운용사에 위탁하는 구조를 취한 것이다.
현재 캠코의 선박금융 사업에서도 두 기관의 역할은 명확히 나뉜다. 캠코가 선박투자회사에 자금을 출자하면 선박투자회사는 해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해운사의 선박을 매입한 뒤 다시 해당 해운사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캠코선박운용은 선박투자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자금관리와 선박·보험관리, 수익분배 및 청산 등을 수행한다.
캠코의 선박금융 지원은 지속해서 확대됐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캠코선박펀드를 통해 국내 26개 해운사로부터 누적 117척, 총 3조5646억원 규모의 선박을 인수했다.
문제는 법인을 통합하더라도 기존 펀드의 운용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캠코선박운용이 관리하는 선박펀드는 개별 펀드별로 통상 3~10년간 운용되는 장기 투자 구조다. 통합 이후에도 선박 관리와 자금 집행, 수익분배 및 청산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
특히 기존 선박투자회사와 캠코선박운용 사이에 체결된 업무위탁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통합 방식에 따라 계약상 지위의 승계 가능성과 계약 변경, 새로운 운용회사 지정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투자회사법은 기존 운용회사가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선박운용회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 운용인력의 재배치도 단순한 인사 이동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선박운용업 허가에는 일정한 전문인력 확보 요건이 적용되는 만큼 통합 이후에도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운용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법인 수를 줄이더라도 기존 전문 운용 기능과 인력을 상당 부분 유지해야 한다면 조직 통합에 따른 실질적인 효율화 효과도 따져볼 대목이다.
경영진 인사 역시 통합 일정과 맞물려 있다. 캠코선박운용은 지난 9월30일 김병칠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으로 2028년 9월까지다. 김 대표는 금감원에서 국제협력국장과 디지털금융감독국장, 감독총괄국장 등을 거쳐 2024년 9월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에 오른 인물이다.
김 대표 선임은 정부가 캠코선박운용의 흡수 통합 방침을 발표한 지 27일 만에 이뤄졌다. 대표이사 공개모집은 정부 발표 이전인 지난 7월 시작됐지만, 통합이 예정된 상황에서도 임기 2년의 신임 대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통합이 김 대표의 임기 만료보다 먼저 이뤄질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공공기관 기능개혁 과정에서 통폐합 기관 직원들의 고용승계와 처우 보장을 원칙으로 제시했으나 임원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통합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김 대표가 실제로 얼마 동안 경영을 맡을지도 불투명하다. 조직 효율화를 위해 추진하는 통합이 신임 경영진의 임기 문제까지 정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향후 통합 방식과 운용체계 재편 방향은 캠코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선박운용업 허가권자인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인 자격과 겸업 제한, 기존 펀드의 업무위탁계약 처리 문제는 통합 실행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사안이다.
캠코 관계자는 "캠코-캠코선박운용 간 통합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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