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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행 막힌 심원아메리카…북미 확장·FI 엑시트 '동반 제동'
이광호 기자
2026-11-04 08:00:00
테슬라 매출 의존도 99%…IPO 자금조달 무산에 사업 다변화 차질
이 기사는 2026-11-03 06:2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자동차 차체 부품업체 ‘심원아메리카’가 모회사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을 통해 북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매출의 99% 이상을 테슬라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고객사 다변화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명신산업은 지난달 30일 종속회사인 심원아메리카의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했다. 심원아메리카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주 보호 및 소통 절차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상장을 철회하고 추후 적정한 시점에 모기업 주주 보호와 동의 절차 보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원아메리카는 지난달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2일 금융위에 각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불과 3주 만에 상장 계획을 접었다.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기업가치 할인 우려와 주주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이번 상장 철회로 가장 먼저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심원아메리카의 북미 사업 확장 전략이다. 회사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절반을 신규 생산거점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심원아메리카는 공모자금의 25%를 미국 동부지역 사업 확장 및 기업 인수에, 나머지 25%를 멕시코·캐나다 시장 진출에 배정했다. 연구개발(R&D) 조직 구축과 운영자금에도 각각 10%, 40%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미국 서부에 집중된 생산 기반을 동부로 넓히고 멕시코·캐나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IPO 자금 활용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상장이 무산되면서 당초 예정했던 투자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자체 현금흐름이나 차입, 외부 투자유치 등 대체 조달 수단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업 확장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심원아메리카의 사업구조가 특정 고객사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테슬라 매출 비중은 99.02%에 달했다. 직전 회계연도에도 99.49%를 기록했다. 사실상 단일 고객사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다.

심원아메리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래스로프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등 전기차에 차체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테슬라의 생산량이나 부품 발주 정책이 바뀌면 심원아메리카의 매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거래가 축소되더라도 이를 단기간에 대체할 고객 기반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실제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심원아메리카의 2026회계연도 매출은 3억2385만달러로 전년 대비 13.2% 줄었다. 반면 순이익은 1693만달러로 전년 1127만달러보다 50.2% 증가했다. 순이익률도 약 3.0%에서 5.2%로 상승했다. 매출 감소에도 이익 창출력은 개선됐지만, 수익성 회복과 별개로 특정 고객사에 집중된 매출구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북미 생산거점 확대와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 차질은 단순한 투자 일정 지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심원아메리카가 테슬라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면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신규 고객사 수주가 뒷받침돼야 한다. IPO 철회로 이를 추진할 자금조달 선택지가 하나 줄어든 것이다.


상장 철회의 여파는 기존 주주들에게도 미친다. 당초 IPO는 심원아메리카의 신규 투자재원 조달과 함께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창구로도 설계됐다.


SEC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모 물량 250만주 가운데 40%인 100만주가 구주매출 물량이었다. 퍼스트 MVG 펀드(First MVG Fund), J&J 홀딩스, 제이드 테크놀로지 엔터프라이즈 등이 주요 매도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구주매출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각해 대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모 물량의 40%가 기존 주주들의 현금화에 배정됐다는 것은 이번 IPO가 성장자금 조달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 목적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상장이 철회되면서 이들 주주의 예정된 구주매출도 무산됐다. 별도의 지분 매각이나 후속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금 회수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IPO를 재추진하더라도 구주매출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심원아메리카의 그룹 내 사업적 비중도 작지 않다. 심원아메리카의 2025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2137억원으로 명신산업 연결 자산총액의 15.04%에 해당한다. 명신산업의 주요 해외 생산법인인 만큼 별도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과 사업 확장은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었다.


심원아메리카가 나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한 직접적인 배경은 모회사 주주들의 반대다. 회사는 중복상장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주주환원책까지 내놨지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심원아메리카의 지배구조는 코스닥 상장사 엠에스오토텍이 코스피 상장사 명신산업 지분 45.44%를 보유하고, 명신산업이 비상장사 심원테크 지분 100%를 갖는 형태다. 심원테크는 다시 심원아메리카 지분 89.7%를 보유하고 있다. 심원아메리카까지 나스닥에 상장하면 그룹 내 3개 회사가 국내외 증시에 이름을 올리는 셈이었다.


모회사 주주들로서는 핵심 해외 사업의 가치가 별도 상장법인에 반영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할인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었다. 신주 발행에 따라 모회사의 간접 보유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반발을 키웠다.


엠에스오토텍과 명신산업은 지난달 14~16일 주주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에 각사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심원아메리카의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모회사 이사회가 종속회사의 상장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배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장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이다.


모회사들은 주주 설득을 위해 주주환원책도 제시했다. 엠에스오토텍은 간접 보유지분 가치 증대와 일반주주 대상 IR 확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추진 등을 약속했다. 명신산업은 향후 3년간 총 7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과 같은 기간 주당 100원의 정기배당 추진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주주환원 확대만으로는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일시적인 배당 확대보다 핵심 자회사의 별도 상장이 모회사 주주들에게 가져올 장기적인 가치 변화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철회 이후 재추진 여부도 불확실하다. 회사는 주주 보호와 동의 절차를 보완한 뒤 적정한 시점에 상장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한 차례 모회사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 만큼 절차 보완만으로 동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모 규모와 신주·구주 비중,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까지 다시 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 검토를 철회한 데 이어 SEC 신고서까지 제출한 심원아메리카마저 상장을 철회하면서 해외 자회사 IPO에 대한 모회사 주주들의 견제력이 한층 커졌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한 차례 주주 반대로 상장을 접은 만큼 현실적으로 재추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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