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정신(Engineered Craftsmanship)을 구현한 차”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GV90 테크데이'에서 참석한 12명의 제네시스 연구 및 개발진들은 GV90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존 자동차 기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구조와 기술을 개발해 완성한 차량이라는 의미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히든 B필러 코치 도어와 루프 에어백 등이 대표적이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자동차 엔지니어링은 흔히 '타협의 기술'로 불린다"며 "정숙성을 높이면 차량이 무거워지고, 공간을 넓히면 차체 강성이 떨어지는 등 성능 간 상충 관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GV90은 기술적 제약에 맞춰 목표를 낮추는 대신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기준부터 먼저 정했다"고 강조했다.
◆ "대학교재·가구박람회까지 찾아"
제네시스가 GV90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작은 차체 중앙의 B필러를 숨기기로 한 결정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동욱 제네시스 클로저설계팀 팀장은 "처음에는 대형 도어를 안정적으로 여닫기 위해 슬라이딩 방식을 검토했었지만, 제네시스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앞뒤 문이 독립적으로 열리는 새로운 코치 도어 구조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B필러를 숨기면서 기술적 난제가 잇따랐다. B필러가 담당하던 역할을 도어 내부로 분산하면서 무거워진 문을 부드럽게 움직여야 했고,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전성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B필러는 앞문과 뒷문 사이에서 지붕과 바닥을 연결하는 수직 기둥으로, 전복과 측면 충돌 시 탑승객을 보호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했다. 먼저 앞뒤 도어를 독립적으로 여닫기 위해 뒷문을 차체 바깥쪽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를 개발했다. 기존 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첩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남진우 제네시스 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처음에는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구즈넥' 방식의 힌지를 검토했다"며 "하지만 해당 구조는 힌지가 실내로 들어오면서 탑승 공간을 침범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대학교 때 배웠던 기구학 교재를 다시 살펴보고 가구 박람회와 산업 박람회까지 찾아갔다"고 했다.
해법은 자동차 산업 밖에서 찾았다. 남 파트장은 "결정적인 힌트는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에 사용하는 'LM 가이드(리니어 모션 가이드)'에서 얻었다"고 설명했다. LM 가이드는 레일을 따라 볼이나 롤러가 움직이며 무거운 하중을 지탱하면서도 정밀한 직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부품이다. 제네시스는 이를 힌지에 적용해 약 70kg에 달하는 뒷문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차체 강성 문제는 레이스카의 ‘롤케이지(실내에 설치하는 철제 파이프 구조물)’에서 해법을 찾았다. 제네시스는 차체 골격 내부에 고강도 스틸 튜브를 삽입하는 '히든 롤케이지' 구조를 개발하고, 도어 내부에도 B필러 역할을 대신하는 수직 빔을 적용했다.
채석준 제네시스 차체설계팀 파트장은 "차량 개발 초기에는 레이스카처럼 실내에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을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승객의 머리 공간과 에어백 전개, 실내 디자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차체 골격 내부의 빈 공간에 롤케이지 구조가 떠올랐고 이를 적용했다"고 했다.
◆ 시속 110km 전복 시험까지…루프 에어백 개발 집념
GV90에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한 루프 에어백도 개발진의 집념이 담긴 기술이다. 차량 전복 시 천장을 따라 펼쳐져 탑승객이 루프 글라스 밖으로 이탈하거나 머리를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제네시스는 기존 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는 전복 사고까지 대비하기 위해 개발에 나섰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반 에어백과 달리 루프 에어백은 천장을 따라 1400mm 구간을 0.08초 만에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에어백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제네시스는 스프링 하우징과 와이어 가이드 구조를 새롭게 개발해 에어백이 천장에 밀착된 상태로 빠르게 전개되도록 했다.
안전성 검증을 위해 극한의 전복 시험도 진행했다. 실제 사고 상황을 재현하고자 차량을 시속 110km로 끌어당겨 180도 이상 회전시키는 시험을 실시한 것이다. 손유지 제네시스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차량이 날아가면서 브레이크 와이어가 끊어지고 시험장 끝 펜스까지 날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실차 약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의 평가를 거쳐 기술을 검증했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세상에 없던 것을 먼저 상상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끝내 완성하는 과정이야말로 새로운 장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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