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처브라이프가 투자이익에 힘입어 순이익을 5배 가까이 불렸지만 정작 보험 본업은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험손실이 1년 새 4배로 불어난 데다 미래 이익의 원천인 보험계약마진(CSM)마저 반년 만에 40% 넘게 감소하면서 수익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대로 치솟았지만 보험 본업의 회복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취약성이 처브그룹의 국내 보험사업 재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브그룹이 내년 금융지주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처브라이프의 취약한 이익 체력과 자본건전성이 라이나생명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처브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 동기(41억원) 대비 38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투자이익이 392억원으로 1년 전(86억원)보다 355.8%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을 견인했다.
투자이익이 급증하면서 ROE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6년 상반기 말 처브라이프의 ROE는 20.6%로, 2025년 상반기 말(4.9%)과 비교해 15.7%포인트(p) 높아졌다. ROE는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의 비율로, 보험사의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반등의 이면에는 보험 본업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처브라이프는 137억원의 보험손실을 냈는데, 전년 동기(34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4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보험서비스비용은 280억원에서 376억원으로 34.3% 증가했다. 보험수익마저 감소하면서 보험손익의 적자폭을 키웠다.
결국 보험 본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투자이익으로 메우면서 순이익을 끌어올린 구조다. 실제 투자이익 증가액은 306억원으로 순이익 증가액(158억원)의 약 1.9배에 달한다. ROE 상승 역시 보험영업 경쟁력 개선보다는 투자손익 확대에 힘입은 결과라는 점에서 수익성 지표에 착시가 발생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말 처브라이프의 자본총계는 2105억원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당장의 보험손실을 넘어 미래 이익 기반까지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말 처브라이프의 CSM은 471억원으로 전년 동기(833억원) 대비 43.5% 감소했다. 지난해 말(831억원)과 비교해도 불과 6개월 만에 43.3% 줄었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실현 이익으로, 회계상 보험부채로 계상된다.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걸쳐 상각되면서 보험손익에 반영되는 만큼 CSM 감소는 향후 보험 본업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이익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처브라이프의 미래 이익 기반이 급격히 위축된 배경에는 계리가정 감독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신규 담보의 손해율을 보다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사업비 가정에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도록 계리감독 기준을 변경했다.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보험부채 부담이 커지고 기존 계약의 수익성에도 압박이 가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6년 상반기 사업비 가정 변경으로 인한 최선추정부채(BEL) 변동액은 429억원으로 1년 전(-1억원)과 비교해 양수 전환했다. BEL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에서 앞으로 받을 보험료와 지급할 보험금·사업비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보험부채를 뜻한다. 향후 지출할 사업비에 대한 추정치가 높아지면서 보험부채 부담이 확대된 셈이다. 이러한 가정 변경은 미래 이익인 CSM을 감소시키거나 보험손실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래 이익 기반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본건전성마저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26년 상반기 말 처브라이프의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39.5%를 기록했다. 2027년부터 도입되는 기본자본 킥스 규제의 기준선인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규제 시행 이후 단계적인 경과조치가 적용되지만, 보험 본업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쌓지 못하면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주주의 지원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보험손익과 미래 이익 기반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처브그룹의 국내 보험사업 재편 구상에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처브그룹은 내년 중 금융지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계열사 간 시너지와 경영 효율성 제고가 주요 과제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처브라이프가 그룹 산하인 라이나생명에 흡수합병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관건은 처브라이프와 라이나생명의 통합이 비용 부담을 상쇄할 만큼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다. 라이나생명의 CSM이 이미 2조원을 웃도는 반면 처브라이프는 471억원에 그치고 있다. 두 회사의 미래 이익 기반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데다 처브라이프의 보험손익마저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통합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합병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비용과 자본 부담은 무시하기 어렵다. 장기계약 위주의 생명보험 상품 특성상 양사가 개별로 보유한 기존 계약과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중복 조직과 관리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처브라이프의 취약한 이익구조와 자본건전성 개선 부담까지 고려하면 합병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시너지 효과를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자 존속 역시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처브라이프는 현재 경과조치를 통해 건전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보험손익 적자가 지속되고 CSM마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자본 축적 여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업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처브그룹이 추가적인 자본 지원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처브라이프 관계자는 "상반기 보험손실 확대에는 계리가정 선진화로 인한 손해율 및 사업비 가정 변경이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며 "당사는 자본 건전성 관리를 필두로 보장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사업비 효율화, 손해율 관리 고도화 등을 통해 보험손익의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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