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롯데카드의 몸값이 3조원대에서 2조원 안팎으로 낮아졌지만 새 주인을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분위기다. 카드업의 성장 둔화와 롯데카드의 수익성 회복 부담을 감안하면 낮아진 가격조차 매수자에게는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반면 2019년 인수 이후 투자금 회수를 마무리하지 못한 MBK파트너스는 매각 시점과 가격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을 더 낮추지 않고서는 거래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UB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원매자를 상대로 롯데카드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6일 롯데카드의 영업정지 조치가 종료된 이후 매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분은 MBK 측이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59.83%와 우리은행 보유분 20%를 합친 79.83%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롯데카드 전체 지분가치는 한때 3조원대에서 최근 2조원 안팎으로 낮아졌다.
몸값이 내려갔지만 원매자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오래전부터 KB·하나·우리금융 등이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롯데카드의 영업 기반을 확보하더라도 인수에 투입하는 자본에 걸맞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인수 매력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이미 카드사업 기반이 큰 KB금융은 추가 인수를 통한 외형 확대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자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하나금융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인수비용에 상응하는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다.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우리금융 역시 기존 투자와 경영권 인수는 별개의 문제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확대가 쉽지 않은 데다 조달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이 카드사업의 외형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금융권에서 은행과 카드사의 재통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점도 롯데카드 매각에는 악재다. 카드업의 성장성이 둔화하면서 독립적인 카드사 운영보다 은행과의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무게를 두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카드사의 운영 방식까지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카드사를 인수하는 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필요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선) 조달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과 카드사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까지 언급되고 있다”며 “카드사를 추가로 인수해 부담을 늘리기보다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자체의 이익 창출 능력도 높은 몸값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롯데카드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2022년 2539억원에서 지난해 814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카드 전체 지분가치를 2조원으로 가정하면 지난해 별도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4.6배에 달한다. 과거보다 몸값이 낮아졌어도 현재 이익 수준을 기준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들어 실적이 반등했지만 수익성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6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57억원으로 76.6% 늘었다. 그럼에도 상반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로 전업카드 7개사 평균인 1.3%를 밑돌았다. 이익 규모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유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은 여전히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카드자산에서 발생한 부실도 이익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렌탈업체 팩토링과 홈플러스 채권 관련 대손비용 539억원을 반영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다원시스 관련 대손비용 83억원을 인식했다. 홈플러스 채권은 기존 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에도 회생절차 결과에 따라 추가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카드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비카드자산의 부실을 메우는 데 소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매자에게는 향후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달비용 상승도 수익성 회복을 제약할 변수다. 상반기에는 이자비용률 하락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지만 올해 2분기 카드업계 평균 신규 발행금리는 연내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 금리를 웃돌았다. 롯데카드는 6월 말 전체 차입조달 중 1년 이내 만기도래 비중이 49.2%에 달한다. 기존 차입금을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할 경우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 개선 효과가 희석될 수 있는 구조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영업정지 후유증도 매각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롯데카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지난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신규 회원 모집 등 일부 영업이 제한됐다. 영업정지 조치는 종료됐지만 신규 고객 확보 차질이 하반기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 수익성 부담에 더해 고객 기반 회복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까지 인수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매각이 장기화하면서 MBK의 투자금 회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9년 MBK 측과 우리은행 등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인수할 당시 거래금액은 약 1조3810억원이었다. 현재 거론되는 전체 지분가치 2조원을 매각 대상 지분율에 단순 적용하면 약 1조5966억원이다. 단순 거래금액만 놓고 보면 인수 당시보다 높지만 그동안 투입된 자금과 금융비용, 중간 회수액 등을 고려하면 실제 투자수익률은 별개의 문제다.
MBK는 2022년 첫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2024년 말 UBS를 주관사로 재매각에 나섰지만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2024년 10월에는 인수금융 차환으로 대출 상환 시점을 늦췄다. 당시 차환 규모는 한도대출을 포함해 약 1조770억원으로 만기는 5년이고 평균 금리는 5~6% 수준으로 알려졌다.
차환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존 인수금융을 갚고 출자자에게 투자금 일부를 돌려주는 데 활용됐다. 올해 9월에는 롯데카드가 382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MBK 측도 보유 지분에 비례한 배당금을 확보하게 됐다. 대출 상환까지 시간을 벌고 중간 회수도 진행한 셈이지만 지분 매각을 통한 최종 회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인수금융 차환으로 당장의 상환 압박은 덜었지만 매각이 늦어질수록 동일한 회수금액을 기준으로 한 연환산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잠재 원매자들은 롯데카드의 실적 회복 여부를 확인하며 가격 협상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 MBK가 더 높은 가격을 기다리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지만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부담과 매각가격을 낮추는 데 따른 손익을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카드가 보유한 사업 기반은 여전히 매각 과정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등 롯데 유통 계열사와의 연계 영업은 고객을 유치하고 할인·적립 혜택으로 반복적인 카드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고객과 결제 수요를 확보한 매물이라는 점에서 인수 이후 영업 효율을 높일 여지도 있다. 관건은 기존 영업 기반의 가치가 수익성 부담과 추가 비용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다. 인수 이후에도 롯데 유통 계열사와의 제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희망가격을 얼마나 낮췄는지보다 현재 이익 수준과 인수 이후 비용 부담을 반영한 가격인지가 중요하다”며 “MBK가 회수 시점을 앞당기려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과 거래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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