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케이사인’이 보유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소각하면서도 나머지 절반은 임직원 보상과 경영상 목적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문제는 소각하지 않는 물량의 활용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주식 수량은 정했지만 누구에게 어떤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을 내세운 자사주 처리 계획이 오히려 주주들의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사인은 보유 자사주 52만8277주 가운데 27만6277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소각 예정 물량은 전체 자사주의 약 52.3%로, 총발행주식수 대비 약 3.9% 수준이다. 소각이 마무리되면 발행주식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 등 주당 지표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자사주 처분에 따른 잠재적인 주식 공급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
반면 나머지 25만2000주는 소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가운데 15만2000주는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고 10만주는 경영상 목적으로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전체 자사주의 47.7%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지난 19일 종가 기준 주당 8390원을 적용하면 약 21억원 규모다. 임직원 보상용 물량만 약 13억원에 달한다.
데이터베이스 암호화와 인증·접근통제 등 정보보안 사업을 영위하는 케이사인은 그동안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해 왔다. 올해도 3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자사주 30만1982주를 사들였다. 이에 지난해 말 22만6295주였던 보유 자사주는 52만8277주로 늘었다.
이번 자사주 처리 계획은 개정 상법에 따른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와 맞물려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는 가운데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필요 등을 이유로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별도의 계획을 마련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케이사인 역시 소각하지 않는 물량의 활용 계획을 주주들에게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처분 근거와 필요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케이사인이 공개한 계획에는 임직원 보상 규모만 명시됐을 뿐 구체적인 성과 기준이나 지급 대상은 담기지 않았다.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는 올해 임시주총일부터 내년 정기주총 전까지 처분할 계획이지만 지급대상과 지급시기·방법 등은 별도 이사회 결의로 확정할 방침이다. 계속 보유분에 대해서도 경영상 목적으로 기재했을 뿐, 구체적인 활용 일정과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주주 입장에서는 약 13억원 상당의 자사주가 어떤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지, 나머지 10만주를 소각하지 않고 남겨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보다 그 필요성과 적정성을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이 같은 설명의 공백이 일부 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코스피 상장사 케이아이이(옛 경인전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케이아이이는 올해 8월 말 보유 자사주 25만6665주 중 5만주를 임직원 보상 용도로 활용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해당 안건의 찬성률은 7.5%에 그쳤다.
당시 주요 주주인 엘엠케이투자조합3호는 보상대상과 지급수량, 처분가격 등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향후 이사회에 결정권을 맡기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주식보상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성과 조건과 배분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케이사인 역시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자사주 물량을 정해놓고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대상을 추후 이사회 결정에 맡겼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다. 케이아이이 사례는 자사주 보상 계획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 승인 과정에서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사인의 주가와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도 자사주 활용 계획에 대한 설명 책임을 키우는 요인이다. 자사주를 활용한 임직원 보상이 핵심인력 확보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주가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보상 규모와 성과의 연관성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사인 주가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 8390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1만2000원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이 주가가 약 30% 밀린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 자회사인 샌즈랩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기업가치 회복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 사업을 영위하는 샌즈랩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01억원,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상장 당시 제시한 2025년 예상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성장 청사진과 실제 성적표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 샌즈랩의 부진은 케이사인의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케이사인은 지난해 별도 기준 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29억원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도 별도 영업이익은 30억원이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12억원에 머물렀다. 자회사 실적 부진이 모회사의 연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케이사인은 샌즈랩의 성장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다. 2022년 말 샌즈랩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보유 주식 78만6260주를 증여했으며, 확정 공모가 1만500원을 적용한 가치는 약 83억원에 달한다. 케이사인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전체 증여 물량은 216만7116주였다. 샌즈랩은 증여받은 주식 일부를 구주매출 등에 활용해 자금을 확보했지만, 상장 당시 제시했던 실적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사인은 자사주를 활용한 임직원 보상과 계속 보유가 기업가치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자사주 절반 이상을 소각한다는 주주환원 결정만으로 나머지 물량의 활용 필요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케이사인 관계자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고려해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임직원 보상 관련해서는 (자사주를 활용할) 그런 생각을 경영진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계속 보유 물량은 구체적 활용법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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