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한국전력(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한 배경이 12일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한전은 사채 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재군 한전 전력계통부사장은 "현재 사채발행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까지인데, 2027년 말까지 2배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20조원 이상을 선납받으면 그 범위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한전은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 등 총 25조원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치를 미리 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두 기업은 대규모 자금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 한전채 발행한도 축소…19조원 초과 전망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적자가 확대되자 한전은 부족한 운영자금을 한전채 발행으로 충당했다. 당시 국회는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 사채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적으로 늘렸다. 해당 특례는 2027년 말 종료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8년부터 다시 2배 한도가 적용된다.
지난 9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전의 2027년 말 사채 잔액 전망치는 76조489억원이다. 반면 특례 종료 후 적용될 2배 기준 발행한도는 56조8354억원으로, 사채 잔액이 한도의 19조2135억원을 초과한다.
한전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2030년까지 사채발행배수를 2배 이내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배 한도는 2028년부터 적용된다. 계획대로라면 2028~2029년에도 법정 한도를 웃돌게 된다.
한전은 특례가 종료되기 전 사채 잔액을 줄이거나 자본을 늘려야 한다. 지난 7월 한전이 대기업들에게 전기요금 선납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에서 전기요금을 미리 받으면 채권을 추가 발행하지 않고도 전력망 건설비를 마련하거나 기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는 한전에 대한 현금출자 5000억원이 편성됐다. 출자가 이뤄지면 자본금이 늘어나 사채 발행 여력도 일부 확대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약 19조원의 한도 초과 규모를 고려하면 정부 출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 부채 210조원인데 전력망 투자 55조원…재원 확보 과제
지난 8월에 공개된 한전의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지난해 말 205조6000억원에서 2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에 지출한 이자비용만 2조1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약 11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규모 전력망 투자도 예정돼 있다. 한전의 '2026~2030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송변전과 배전 사업에 총 55조323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변전에 32조9576억원, 배전에 22조3661억원이 배정됐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날 국감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건설비 분담 문제도 제기됐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1단계 송전설비 구축에 약 1조4000억원이 필요하며 한전의 부담은 20% 미만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나머지 비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부담하는 구조다.
한전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2030년까지 사채발행배수를 2배 이내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법정 특례 종료 시점은 이보다 2년 빠른 2027년 말이다. 전기요금 25조원 선납 구상마저 무산되면서 한전은 사채 상환 재원 확보와 전력망 투자를 위한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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