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관리종목 지정의 후폭풍이 형지글로벌의 자금 사정을 압박하고 있다. 전환사채(CB) 원리금 미지급 사태를 사채권자와의 합의로 수습했지만 원금 11억5000만원을 줄이는 데 17억원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여전히 38억5000만원의 사채가 남아 있는 데다 구체적인 분할상환 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으로 원금을 일부 상환하고도 잠재적인 신주 발행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지난달 30일 제11회 CB 권면총액 11억5000만원어치를 장외매수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7억1395만원으로, 원금보다 5억6395만원 많다. 대금은 8월24일과 26일, 9월28일 세 차례에 걸쳐 지급했으며 재원은 전액 자기자금이다.
형지글로벌은 취득 사유를 "관리종목 지정에 따른 기한의 이익 상실 후 사채권자와의 별도 합의에 따른 사채 원리금 일부 상환"이라고 밝혔다. 취득한 사채의 향후 처리 방법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명시했다.
이번 상환은 관리종목 지정이 촉발한 채무불이행 사태의 후속 조치다.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9월29일 50억원 규모의 제11회 사모 CB를 발행했다. 당초 만기는 2030년 9월29일이었지만 지난 8월13일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다. 형지글로벌은 이튿날인 14일 사채원리금 미지급 발생을 자율공시했다.
당시 미지급 금액은 원금 50억원과 이자 5억2274만원을 합친 55억2274만원이었다. 이는 형지글로벌 자기자본 598억원의 9.23%에 해당한다.
문제는 형지글로벌이 단기간에 이 같은 자금을 상환하기에 현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월 말 1억9000만원으로 반기 초 95억원에서 급감한 상태였다. 지난 7월에는 패션그룹형지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0억원을 조달했다.
형지글로벌은 사채권자와 상환기일 연장에 합의하면서 일단 미지급 사유를 해소했다. 지난 8월24일 정정공시를 통해 사채권자와 합의한 사실을 알리고, 미상환 원리금 55억2274만원의 상환기일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실제 채무를 모두 갚은 것이 아니라 사채권자가 상환 시점을 늦추는 데 동의한 것이다.
상환 원리금의 구체적인 일정과 금액 산정 방식은 '당사자 간 세부 협의에 의한 합의서 내용을 준수'한다고 명시했다. 합의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형지글로벌은 합의 당일부터 일부 원리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세 차례에 걸쳐 원금 11억5000만원을 줄였지만 아직 권면총액 기준 38억5000만원의 사채가 남아 있다. 원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17억원 넘게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잔여 사채의 상환 조건과 재원 마련이 향후 재무 부담을 가를 변수다.
현금 상환 부담과 별개로 주식 희석 가능성도 커졌다. 대량보유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CB를 보유한 시너지아이비투자 측이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은 9월28일 일부 상환 이후에도 273만8262주에 달한다. 이는 9월9일 보고서 기준 발행주식총수 2581만9998주의 약 10.6%에 해당한다.
눈에 띄는 점은 사채 원금이 줄었는데도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발행 당시보다 늘었다는 사실이다. 발행 당시 전환 가능 주식 수는 249만39주였지만 일부 상환 이후에도 24만8223주가 더 많다. 원금은 50억원에서 38억5000만원으로 23% 감소했지만 잠재적인 신주 발행 규모는 약 10% 증가한 셈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의 영향이다. 최초 전환가액은 2008원이었으나 지난 4월29일 1406원으로 낮아졌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서 같은 원금으로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일부 원금을 상환한 이후에도 기존 주주가 감수해야 할 잠재적인 지분 희석 규모는 발행 당시보다 커졌다.
사채권자는 계약상 2027년 3월29일부터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전환청구는 올해 9월29일부터 가능하다. 상환기일 연장 합의가 이들 권리 행사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공개된 내용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형지글로벌이 남은 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면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전환권이 행사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발생한다. 어느 쪽이든 회사의 재무 여력과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패션그룹형지 측은 "제11회 전환사채와 관련해서는 최근 사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분할상환 방안을 확정했으며 사채권자와 합의한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환 재원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등 회사가 활용 가능한 자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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