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감사자료를 내지 못해 의견거절을 받고, 영화 투자금 회계처리 오류로 재무제표까지 다시 썼다. 영화 '암살자(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과거 재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다. 2022년에는 자산과 부채가 각각 83억원씩 수정됐고 지난해에도 전기오류수정손실 3억원이 뒤늦게 반영됐다. 최근 외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회계관리 체계의 신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미디어코프의 2019~2025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는 감사자료 미제출과 재무제표 재작성, 전기오류수정손실 반영 등 세 차례의 주요 재무보고 관련 특이사항이 확인된다. 특히 영화 제작과 관련한 투자금 회계처리 오류로 재무제표의 자산·부채 규모가 크게 달라진 이력이 눈에 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2022년 결산 재무제표 재작성이다. 당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영화 제작에 투입한 자체 투자금과 외부 투자사로부터 받은 부분투자금의 회계처리 오류를 수정하면서 자산과 부채 규모를 대폭 변경했다.
회사 측은 감사보고서 주석에서 "영화제작과 관련된 당사의 투자금액과 투자사에게서 받은 부분투자와 관련된 회계처리 오류 등으로 인한 금액을 관련 자산과 부채에 수정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수정 규모는 작지 않았다. 당초 재무제표에서 0원이었던 투자예수금이 재작성 후 90억원으로 늘었다. 영화 제작과 관련해 외부 투자사로부터 받은 자금이 부채 항목에 새롭게 반영된 것이다.
투자선급금의 분류와 규모도 달라졌다. 유동자산으로 분류됐던 투자선급금 35억64만원은 사라진 대신 비유동 투자자산에 투자선급금 118억118만원이 반영됐다. 투자선급금이 약 83억원 순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총자산은 정정 전 391억원에서 474억원으로 83억원 증가했다. 총부채 역시 365억원에서 448억원으로 같은 금액만큼 늘었다. 총자산 증가액은 정정 전 자산의 약 21%에 달한다. 회계처리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회사의 자산과 부채 규모가 각각 20% 넘게 달라진 것이다.
자산과 부채가 동일한 금액만큼 증가하면서 자본총계에는 변화가 없었다. 손익보다 영화 투자와 관련한 자산·부채의 인식과 분류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외부 투자금이 재무제표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금 관리와 회계검증 체계의 적정성을 되짚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인인 효림회계법인은 재발행된 감사보고서의 '강조사항'에서 "영화제작 관련 회사 투자금과 투자사로부터 받은 부분투자의 회계처리 오류 등을 수정했으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22년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고 밝혔다.
회계관리와 관련한 문제는 앞선 2019년 결산 감사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감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한 차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외부 감사인인 효림회계법인은 2020년 9월22일 처음 발행한 감사보고서에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감사인은 당시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재무제표를 비롯한 회계장부와 증빙서류, 경영자진술 관련 자료 등을 제공받지 못해 필요한 감사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범위 제한이 의견거절의 직접적인 사유였다.
회사가 이후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같은 해 10월19일 감사보고서가 다시 발행됐고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변경됐다. 최초 감사보고서 발행 이후 27일 만이다. 최종적으로 적정의견을 확보했지만 최초 감사 과정에서 핵심 회계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당시 재무보고 준비·관리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가장 최근인 2025년 결산에서도 과거 회계처리와 관련한 수정 사항이 확인됐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2025년 감사보고서 자본변동표에는 전기오류수정손실 3억원이 이익잉여금에서 직접 차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오류수정손실은 과거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뒤늦게 발견해 수정하면서 반영하는 손실이다. 이전에 비용이나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거나 자산·부채 등을 잘못 계상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 발생할 수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24년 말 이익잉여금 96억원에서 전기오류수정손실 3억원을 차감했다. 여기에 2025년 당기순이익 47억원을 더하면서 2025년 말 이익잉여금은 140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수정 규모는 2022년 재무제표 재작성에 비해 작지만 과거 회계처리 오류가 뒤늦게 발견돼 이익잉여금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사자료 미제출과 투자금 회계처리 오류에 이어 재무보고의 정확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사안이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재무보고 이력은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가파른 외형 성장과 맞물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총자산은 2019년 164억원에서 2025년 889억원으로 약 5.4배 불어났다. 영화 제작과 관련해 외부 투자사로부터 받은 자금이 반영된 투자예수금 역시 2022년 90억원에서 2025년 238억원으로 148억원 증가했다. 3년 만에 2.6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특히 투자예수금은 2022년 재무제표 재작성 당시 핵심 수정 대상이었던 계정이다. 과거 회계처리 오류가 발생했던 항목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금 인식과 관리 체계의 중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영화 제작·투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영화 '암살자(들)'을 비롯한 신규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신세계 계열 콘텐츠 기업 마인드마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향후 5년간 각자의 제작·투자 작품에 상호 투자하고 배급하는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개별 작품의 투자·배급 참여 여부와 별개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사업 영역이 제작에서 투자·배급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다.
외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미디어코프는 YG인베스트먼트와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이 공동 운용하는 '코리아-와이지 K-컬처 신기술투자조합'으로부터 약 120억원을 유치했다. TS인베스트먼트도 투자에 참여했으며 미래에셋벤처투자와 IBK캐피탈, 에이티넘벤처스 등도 투자 참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추가 자금조달도 추진 중이다. 올해 8월에는 약 3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에 나섰으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영화별 프로젝트 투자금뿐 아니라 회사 자체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까지 늘어나면서 재무정보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 것이다.
콘텐츠 제작업은 작품마다 제작사와 투자사, 배급사 등 여러 주체의 자금이 복잡하게 얽혀 투입되는 구조다. 자체 제작비와 외부 투자금, 투자사별 정산금 등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내부통제 역량이 재무정보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특히 영화 프로젝트별 투자금과 제작사에 대한 지분투자는 성격이 다른 만큼 각각의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본격적인 자본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과거 회계처리 오류의 재발 방지 여부는 중요한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과거 투자금 회계처리 오류로 자산과 부채를 대규모 수정한 이력이 있는 만큼, 외부 자금 유치 확대에 걸맞은 회계관리 체계를 구축했는지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고의적인 회계부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외형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의 회계 오류 원인을 파악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개선했는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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