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창업주가 회사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내놓은 주식 70만주가 경영권 승계의 변수로 떠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유티아이’가 창업주의 장남을 각자대표로 선임하며 가업승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창업주로부터 무상수증한 자기주식의 처분은 두 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 확보한 주식이지만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각 상대방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티아이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의 건을 다룰 예정이다. 당초 8월26일로 예정했던 주총은 9월7일, 9월21일을 거쳐 10월30일로 세 차례 연기됐다. 최초 계획보다 두 달 넘게 늦어진 일정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창업자인 박덕영 대표가 회사에 무상증여한 보통주 70만주의 처분이다. 박 대표는 지난 7월 경영 안정화를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티아이 주식 70만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티아이는 8월7일 해당 주식을 취득했으며, 취득 목적을 초박형 강화유리(UTG) 양산 설비 구축을 위한 자금조달로 명시했다.
그러나 주식을 넘겨받은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현금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티아이는 자기주식 처분 계획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지만 이후 일정을 거듭 미뤘다. 매각 시점과 상대방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자금 확보가 시급했던 회사가 정작 조달 수단으로 확보한 주식은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티아이가 자기주식 처분에 나선 배경에는 전환사채(CB) 상환과 양산 설비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있다. 유티아이는 지난 5~6월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라 제1회차 CB 약 239억원과 제2회차 CB 7억원을 상환했다. 상반기 CB 상환에 투입한 금액만 총 246억원이다.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제6회차 CB를 새로 발행해 차환에도 나섰다. 기존 CB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CB를 발행하는 동시에 신규 생산시설에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업의 현금 유출까지 겹치면서 6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474억원에서 29억원으로 급감했다.
양산 설비 투자도 자금 부담을 키웠다. 유티아이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 공급 확대에 대비해 베트남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유형자산 취득에 197억원을 투입했다. CB 상환으로 유동성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향후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이어가야 했던 것이다.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확보한 70만주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그사이 유티아이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유티아이는 지난달 8일 박재기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박덕영 단독대표 체제에서 부자(父子)가 각자대표를 맡는 체제로 전환했다. 회사는 대표이사 변경 사유를 '가업승계에 따른 대표이사 선임'이라고 명시했다. 창업주인 부친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가운데 장남도 독자적으로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박재기 대표의 취임 시점이다. 박덕영 대표는 2021년 9월8일 장남에게 보유 주식 75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박재기 대표의 보유 주식은 19만2000주에서 94만2000주로 늘었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일인 2026년 9월8일은 해당 증여일로부터 정확히 5년이 되는 날이다.
이는 당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 정한 대표이사 취임 기한과도 맞아떨어진다. 2021년 당시 규정에 따르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은 수증자는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했다. 박재기 대표가 당시 증여분에 대해 해당 특례를 적용받았다면 이번 대표 선임은 세법상 취임 기한의 마지막 날에 이뤄진 셈이다. 다만 실제 과세특례 적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5년 전 지분 증여에 이어 대표이사 선임까지 이뤄지면서 유티아이의 승계 작업은 지분 이전에서 경영권 이양 단계로 진입했다. 박덕영 대표가 여전히 최대주주이자 각자대표로 남아 있지만 장남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향후 지분구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박덕영 대표는 유티아이 보통주 262만9760주(12.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재기 대표는 부친에게 증여받은 75만주를 포함해 94만2000주(4.37%)를 보유하고 있다. 부자 간 지분율 격차는 7.82%포인트다.
이런 상황에서 처분을 앞둔 자기주식 70만주는 승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다. 전체 발행주식 2156만9319주의 3.25%에 해당하며, 박덕영 대표가 현재 보유한 주식의 약 27%에 달한다.
자기주식은 회사가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따라서 70만주가 오너 일가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넘어가는지, 독립적인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가는지에 따라 주주 간 의결권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유티아이의 자금조달 방식이 지배구조와 맞물리는 이유다.
장남이 직접 인수하는 경우에는 지분 승계 효과가 더욱 뚜렷해진다. 박재기 대표가 70만주 전량을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보유 주식은 164만2000주로 늘고 지분율은 4.37%에서 7.61%로 높아진다. 부친과의 지분율 격차도 7.82%포인트에서 4.58%포인트로 좁혀진다. 추가 증여 없이도 장남의 지분율을 3.25%포인트 높일 수 있는 규모다.
반대로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 회사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에 의결권이 없던 70만주가 의결권을 갖게 된다. 향후 주요 주주 간 의결권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유티아이는 CB 상환 이후에도 잠재적인 지분 희석 요인을 안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환가액 조정 공시에 따르면 제1회차 CB의 미전환 권면총액은 174억7800만원이며, 조정 후 전환가능주식 수는 99만1940주다. 자기주식 처분과 별개로 향후 CB 전환에 따른 발행주식 증가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결국 유티아이의 70만주 처분은 자금조달과 경영권 승계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회사가 확보한 주식이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넘어갈지가 향후 지배구조를 가늠할 변수로 부상했다.
딜사이트는 유티아이가 박덕영 대표로부터 무상수증한 보통주 70만주의 매각 시점과 매각 대상, 임시주총 연기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유티아이 측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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