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JYP엔터테인먼트가 사상 처음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정작 남는 돈은 줄었다. 3년 새 매출을 2500억원 넘게 늘리고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이 비용으로 빠져나가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엇갈린 것이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의 대형 월드투어를 앞세워 음반에서 공연·상품(MD)으로 성장의 중심축을 옮겼지만, 매출을 늘리는 만큼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YP의 연결 매출은 2023년 5665억원에서 2025년 8219억원으로 4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94억원에서 1552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9.9%에서 18.9%로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691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7.4%까지 내려왔다. 2024년과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2023년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의 핵심은 매출원가다. JYP의 매출원가율은 2023년 52.6%에서 지난해 63.1%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원가는 음반·공연·상품 등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 직접 들어가는 비용이다. 매출 100원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53원 수준에서 63원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은 2554억원 증가했지만 매출원가는 약 2200억원 늘었다. 추가로 벌어들인 매출의 약 86%가 원가 증가분에 흡수된 셈이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약 35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11.0%포인트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저하의 대부분이 원가 부담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JYP의 매출 구조가 바뀐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 성장을 이끌었던 음반 판매가 둔화한 사이 공연과 MD가 새로운 매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소속 가수들의 한국·일본 앨범 출하량은 2023년 1807만장에서 2024년 1206만장으로 33.3% 감소했다. 지난해 1263만장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2023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콘서트 매출은 2023년 632억원에서 지난해 1889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351억원으로 71.5%를 차지했다. 음반 판매량이 정점을 지난 상황에서도 대규모 해외 공연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린 것이다.
MD 사업의 존재감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MD 매출은 1044억원으로 음반·음원 매출(1017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해도 MD가 음반·음원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MD는 응원봉과 포토카드, 캐릭터 상품 등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을 뜻한다. 앨범 구매에 그치지 않고 공연 관람과 관련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팬덤의 지출을 매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JYP는 올해부터 MD를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고 유튜브 매출을 음반·음원으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과거와 올해의 사업별 매출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공연과 MD가 외형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스트레이키즈가 있다. 지난해 북미·남미·일본·유럽에서 진행한 스타디움급 월드투어가 공연 매출을 끌어올렸고, 투어 지역의 팝업스토어와 캐릭터 'SKZOO'를 활용한 MD 판매도 확대됐다. 회사 역시 지난해 공연 매출 증가 배경으로 스트레이키즈 월드투어와 북미·유럽 공연 초과수익 정산을 제시했다. 초과수익 정산은 공연 수익이 사전에 정한 기준을 웃돌 경우 추가로 배분받는 금액을 의미한다
문제는 외형을 키운 공연·MD 사업의 확대가 전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JYP의 지급수수료는 2024년 1842억원에서 지난해 2787억원으로 51.3%, 콘텐츠 제작비는 1101억원에서 1539억원으로 39.8% 늘었다. 아티스트 활동과 콘텐츠 제작, 공연·상품 사업에 수반되는 비용이 매출 확대와 함께 증가한 것이다.
회사는 주요 아티스트의 재계약과 국내 공연·MD 매출을 총액으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 등이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총액 인식은 공연이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회사가 거래의 주된 책임을 지는 경우 고객에게 받은 전체 금액을 매출로 잡고 관련 비용을 원가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수수료 등 회사 몫만 매출로 인식하는 순액 방식과 달리 매출과 원가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공연·MD 사업 확대가 곧 수익성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JYP의 경우 사업구조 변화와 아티스트 관련 비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외형 성장의 상당 부분이 원가 부담에 상쇄됐다.
재계약에 따른 비용 부담도 수익성을 살펴볼 변수다. JYP는 2024년 스트레이키즈 멤버 8명과 조기 재계약했다. 이후 전속계약금 장부가액은 2024년 말 48억원에서 지난해 말 23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속계약금 상각액은 91억원이다.
전속계약금은 아티스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지급하는 금액으로, 회계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뒤 계약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나눠 반영한다. 계약금이 지급되는 시점과 실제 손익에 비용으로 반영되는 시점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91억원의 상각액은 이미 영업비용에 반영된 금액이다. 무형자산 주석상 276억원은 기존 '건설중인 무형자산'에서 전속계약금으로 계정이 대체된 금액으로, 지난해 새로 지급한 현금과는 다르다.
스트레이키즈의 정확한 실적 기여도와 재계약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JYP 관계자는 아티스트별 매출·영업이익 비중과 전속계약금 세부 내역에 대해 "외부에 제공하고 있지 않은 데이터"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속계약금 증가분 전체를 스트레이키즈 재계약 비용으로 볼 수는 없지만, 주요 아티스트의 계약 유지와 활동 확대가 일정 기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스트레이키즈 중심의 성장 구조는 분기 실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2분기 JYP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1%, 영업이익은 41.4% 감소했다. 신보 5장이 발매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스트레이키즈의 스타디움 공연 23회와 투어 MD 매출이 집중됐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어가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린 만큼 올해는 같은 기간 공연 실적의 공백이 역성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스트레이키즈가 JYP의 외형 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활동 일정과 매출 인식 시점에 따라 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업의 수익성과 별개로 순이익에는 일회성 이익도 반영됐다. 지난해 순이익 1606억원에는 디어유 지분 일부 매각에 따른 세전 처분이익 약 732억원이 포함됐다. 주식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은 아티스트 활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성격이 다르다. 디어유 처분이익은 영업외손익에 반영돼 영업이익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따라서 순이익 증가만으로 JYP의 본업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실제 현금으로 회수되는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말 총장부금액 기준 매출채권 1186억원 가운데 계약자산은 805억원으로 67.9%를 차지했다. 올해 6월 말에는 계약자산이 1061억원으로 늘면서 비중도 80.4%로 상승했다.
계약자산은 공연이나 콘텐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로 인식했지만, 아직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금액이다. 연체되거나 회수가 어려워진 채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부상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와 실제 청구·현금 회수 시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자산의 증가 추이는 현금흐름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공연·MD 중심으로 바뀐 성장모델을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 창출 구조로 정착시키느냐다. 트와이스는 월드투어와 팝업을 이어가고 있고 DAY6도 공연 규모를 키우고 있다. ITZY·NMIXX·KickFlip 역시 투어와 앨범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JYP가 추진해온 다(多)레이블 시스템은 여러 제작조직이 각 아티스트의 활동을 담당해 성장동력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스트레이키즈에 집중된 대형 투어의 실적 기여를 다른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 늘어난 제작·활동 비용을 상쇄할 만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수익성 회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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