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한화투자증권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생명에 서로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배정했다. 양사가 각 2500억원씩 동일한 금액을 투입하지만 최대주주인 한화자산운용은 보통주를, 한화생명은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한다. 한화생명의 직접 출자가 기존 의결권 지분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존 한화금융의 수직 지배구조를 깨지 않으면서 한화생명의 현금 2500억원을 한화투자증권에 직접 넣기 위한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대주주인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생명이 각각 2500억원씩 참여한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5000원이며 납입일은 오는 8일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재무건전성과 사업경쟁력 강화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양사가 인수하는 주식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한화자산운용은 보통주 5000만주를 인수한다. 반면 한화생명은 같은 가격에 CPS 5000만주를 배정받는다.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이며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자 이후 한화자산운용의 한화투자증권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 기준 46.73%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한화자산운용의 한화투자증권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기존 약 46.1%에서 약 56.3%로 높아진다. 한화생명이 인수하는 CPS에는 의결권이 없어 현재 의결권 기준 지분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기존 지분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함이다.
다만 CPS까지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하면 지분율은 달라진다. 증자 후 발행주식총수 3억1934만7775주를 기준으로 한화자산운용의 지분율은 46.73%, 한화생명은 15.66%다. 이는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아닌 CPS를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 기준 수치다.
한화생명의 CPS가 계속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전환비율은 100%로 2027년 10월10일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한화생명이 CPS 전량을 전환할 경우 보통주 5000만주를 받게 된다. 전환청구기간은 2056년 10월9일까지이며, 공시상 전환으로 발행될 주식은 전환 후 발행주식총수의 15.72%에 해당한다.
의결권을 제한하는 대신 CPS에는 보통주보다 우선하는 배당 조건이 붙었다. 한화생명이 인수하는 CPS는 액면금액 기준 연 6%의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주당 연간 우선배당액은 300원이다. 5000만주 전체로 계산하면 연간 우선배당 규모는 150억원이다.
특히 누적적 우선주인 만큼 해당 연도에 약정된 우선배당을 전부 지급하지 못하면 부족분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된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의결권 지분구조를 유지하면서 한화생명으로부터 2500억원의 자본을 직접 확충하는 대신 연 6%의 우선배당 조건을 부여한 셈이다.
종합해보면 한화금융은 증권 계열사의 종투사 진입을 위해 5000억원의 자본을 넣되, 한화자산운용의 과반 의결권을 만들어 기존 금융계열 수직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모회사 한화생명의 직접 출자분은 무의결권 CPS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지분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한화자산운용에는 보통주를, 한화생명에는 CPS를 배정한 것”이라며 “CPS에는 우선배당권이 부여되는 만큼 기존 보통주 배당과는 별도로 배당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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