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제주항공이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차입(영구채)을 통해 재무구조 손질에 나선다. 조달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면서 올해 상반기 말 100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은 단순 계산상 600%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항공기와 호텔사업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자본성 조달까지 병행하면서 재무 완충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실행했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자금 조달을 결정했다. 초기 이자율은 연 7.5%이며 만기는 2056년 9월23일로 30년이다. 조기상환은 인출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가능하다. 제주항공은 조달 자금 가운데 9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나머지 1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영구채를 택한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와 커진 재무 부담이 있다. 올해 제주항공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618억원, 영업손실 4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 늘었지만 적자 폭은 확대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고유가·고환율 장기화로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재무구조 부담도 커졌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2394억원으로 지난해 말 2752억원에서 약 358억원 줄었다. 반면 총부채는 같은 기간 2조758억원에서 2조4156억원으로 늘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1조2520억원에서 1조4386억원으로 14.9% 증가했다. 차입금 부담도 상당하다. 제주항공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425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548억원으로 약 300억원 늘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2084억원에서 1910억원으로 감소했다.
제주항공이 택한 영구채는 형식상 차입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주항공이 자체 판단으로 이자 지급을 이연할 수 있고, 만기도 30년으로 길며 동일 조건으로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일반 차입처럼 부채를 추가로 늘리지 않으면서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주항공이 계획대로 영구채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면 회사의 부채비율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연결 부채비율은 약 1009%에 달한다. 이번 신종자본 1000억원이 자본으로 반영되고 이 가운데 900억원이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약 685%까지 낮아진다. 한 차례의 자본성 조달만으로 부채비율이 300%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셈이다.
제주항공 측은 "자금 조달의 목적은 재무건전성 확보"라며 "조달자금은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은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B737-800NG 3대를 나이지리아 항공사 에어피스에 약 1447억원에 매각했다. 또 종속회사였던 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는 호텔사업을 계열사 애경타운에 540억원에 양도했다. 자회사 AKIS 지분도 AK홀딩스에 433억원에 넘겼다. 이들 자산 및 사업 매각 규모만 약 242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내실경영을 통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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