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정부가 서민·취약계층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이 내야 할 비용도 불어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출연 의무가 10년 연장된 데다 올해 은행권 출연요율마저 법정 상한까지 올랐다. 소상공인 이자환급과 새도약기금 등 다른 금융지원 정책에서도 은행 재원이 대거 투입되면서 정책 비용을 정부와 민간이 어디까지 나눠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회사의 서금원 출연 의무를 2036년 10월8일까지 연장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1년 도입돼 오는 10월8일 일몰 예정이던 출연 의무를 10년 더 연장한 것이다.
출연 기간만 늘어난 게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은행권 공통출연요율을 0.06%에서 법정 상한인 0.1%로 높였다. 비은행권은 올해부터 0.03%로 낮아질 예정이던 요율을 0.045%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추산한 은행권의 연간 출연금은 2473억원에서 3818억원으로 1345억원 늘어난다. 전체 금융권의 추가 출연금 1973억원 가운데 68.2%를 은행이 부담하는 셈이다. 실제 납부액은 출연 대상 가계대출 잔액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번 출연요율 조정으로 확보하는 추가 재원의 3분의 2 이상을 은행권이 부담하는 구조다.
출연금을 늘린 배경에는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와 금리 인하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를 연 15.9%에서 12.5%로 낮췄다. 초기에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금리 인하를 지원하고 이후 금융회사 출연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금융회사 출연 의무를 10년 연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회사 출연금은 서금원이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에 보증을 제공하는 주요 재원으로 쓰인다. 출연 의무가 종료되면 정책서민금융 재원 조달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국회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출연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적 성격은 다르지만 금융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권 재원이 대규모로 동원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4년 소상공인 이자환급 당시 중소금융권 차주 지원에는 정부 재정 3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은행권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자체 조달했다. 장기연체자 채무를 정리하는 '새도약기금' 역시 정부가 4000억원을 투입하는 것과 별도로 금융권이 4400억원을 출연했고, 이 가운데 은행권이 3600억원을 부담했다. 금융권 출연분의 81.8%다.
은행권이 출연 부담에 민감한 이유는 서금원 출연금이 은행의 이익이 아니라 대상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출연금을 사실상 '준조세' 성격의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조달비용이나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출연 대상 대출잔액과 요율이 유지되면 부담액은 줄지 않는다.
출연 부담이 커진 시점에 이를 대출금리에 직접 반영하는 길도 막혔다. 지난 7월1일 시행된 개정 은행법령에 따라 은행은 서금원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없다. 은행권 출연요율은 4월 법정 상한까지 높아졌지만 늘어난 비용을 대출금리를 통해 차주에게 전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은행권에만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긴다는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인 공급과 금리 인하를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한 데다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은행의 위상과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 자체보다 정책을 확대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 재정과 민간 금융회사가 어떻게 나눌 것이냐다. 서금원 출연 기간이 10년 늘어난 데 이어 요율까지 법정 상한으로 올라선 만큼 정책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금융권에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의 비용 분담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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