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추석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안부를 묻는다면 보험 얘기도 한번 꺼내볼 만하다.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뿐 아니라 정작 아플 때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줄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특히 치매나 중증질환으로 부모님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지정대리청구인’이 등록돼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올해 7월부터는 특정인의 이름을 미리 등록하지 않고 ‘배우자’나 ‘자녀’처럼 가족관계만 지정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특정인의 이름을 미리 정하지 않고 가족관계로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수 있는 ‘무기명 지정대리청구인’ 제도를 보험사별로 순차 시행했다. 기존에는 특정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무기명 방식이 도입되면서 가입 단계에서는 가족관계만 정해둘 수 있게 됐다. 실제 보험금을 청구할 때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자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정대리청구인 제도는 보험금 수익자가 치매나 중증질환, 의식불명 등으로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울 때 미리 정해둔 가족 등이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보험에 가입해 보장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정작 본인이 의사표시나 본인인증을 하기 어려워지면 보험금 청구 자체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령 부모가 치매보험에 가입했지만 인지능력이 떨어져 직접 서명하거나 본인인증을 할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지정대리청구인이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가족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대리청구인을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수익자가 의사능력을 잃으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대신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법정대리권을 확보하기 위한 성년후견 절차 등이 필요해져 보험금 청구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청구 절차가 길어지면 당장 필요한 치료비나 간병비 마련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기존 기명 방식과 새로 도입된 무기명 방식은 지정할 수 있는 가족과 보험금 수령 방식에 차이가 있다. 기명 방식은 배우자 또는 3촌 이내 친족 가운데 특정인을 대리청구인으로 정한다. 무기명 방식은 특정인의 이름 대신 배우자 또는 부모·조부모, 자녀·손자녀 등 직계존비속이라는 가족관계로 지정한다. 형제자매는 무기명 방식의 대상은 아니지만 기명 방식으로는 지정할 수 있다.
보험금 지급 방식도 다르다. 기명 방식에서는 지정된 대리청구인이 보험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는 반면, 무기명 방식에서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보험금이 보험수익자 본인 계좌로 지급된다.
무기명 방식은 기존 기명 방식의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명 방식은 특정인의 인적사항을 등록하기 때문에 지정한 대리청구인이 사망하거나 가족관계가 달라지는 등 사정이 생기면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무기명 방식은 ‘배우자’나 ‘자녀’처럼 관계를 기준으로 정해두고 실제 청구 시점에 해당 관계를 증명하는 구조다.
부모님이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정확히 모른다면 가입 내역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내보험찾아줌’에서는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과 미청구보험금, 휴면보험금 등 숨은보험금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부모님 본인의 인증 절차가 필요한 만큼 명절에 부모님과 함께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녀가 부모님 대신 협회를 방문해 보험 가입 내역을 조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별도 서류를 갖춰야 한다. 또 내보험찾아줌에서 모든 공제상품까지 조회되는 것은 아니다. 우체국·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의 공제상품은 조회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별도로 가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입 내역을 파악했다면 각 보험사에서 지정대리청구인 등록 여부와 지정 방식을 확인하면 된다. 등록돼 있지 않다면 부모님이 본인인증과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때 신청해두는 것이 좋다. 이미 기명 방식으로 특정인을 지정했다면 현재도 대리청구인으로 적절한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변경할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고객센터, 지점 등 신청 가능한 채널은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어 미리 확인해야 한다.
대리청구인과 함께 실제 보장 조건도 점검해두면 좋다. 치매보험은 경도·중등도·중증 가운데 어느 단계부터 보험금이 지급되는지, 간병 관련 보험은 장기요양등급이나 간병인 사용 여부 등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 상품별로 차이가 있다. 보험금이 일시금인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지도 확인해 보험사 연락처와 함께 가족이 알아보기 쉬운 곳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모님이 의사결정과 본인인증을 할 수 있을 때 대리청구인을 지정하고 보장 내용을 가족과 공유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험에 가입하고도 정작 필요한 순간 청구하지 못하는 일을 예방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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