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삼양사가 전분·전분당 가격 담합과 관련해 당초 산정됐던 2103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으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 우려를 덜게 됐다. 올해 들어 수천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과징금 면제가 향후 투자 여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양사는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전분 및 전분당 담합과 관련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명령을 모두 면제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산정된 과징금은 2103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11.78%에 달하는 규모였다.
업계에서는 삼양사가 담합 조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자진신고해 리니언시 제도를 적용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관련 사실과 증거를 자진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할 경우 제재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최초 신고자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고 두 번째 신고자는 50%를 감경받을 수 있다.
이번 면제의 의미가 큰 것은 삼양사가 지난해부터 잇단 담합 제재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양사가 연루된 담합은 밀가루와 설탕, 전분·전분당 등 총 3건으로 각각 948억원, 1303억원, 210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전체 규모만 435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전분·전분당 과징금이 전액 면제되면서 전체 과징금 부담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삼양사는 과징금 부담을 예상해 지난해 관련 금액을 미지급비용과 기타충당부채 등으로 선반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미지급비용은 1707억원으로 전년 말 451억원 대비 278.5% 증가했고, 기타충당부채도 전년 말 0원에서 281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과징금 관련 비용이 대거 반영되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30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삼양사는 이미 지난해 예상 과징금을 선반영했지만 이번 면제로 2103억원에 달하는 실제 현금 유출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 운용 부담도 일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삼양사가 최근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삼양그룹은 그간 'R&D 기반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기존 소재 사업을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수년간 해외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영역도 넓혀왔다.
삼양사의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2023년 미국 계면활성제 기업 오디세이 글로벌 페어런트(Odyssey Global Parent)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계열사 버든트 스페셜티 솔루션 US를 통해 글로벌 특수화학기업 루브리졸의 미국 내 제조·연구개발 사업장을 인수했다.
또한 삼양사는 올해 일본 향료기업 소다아로마틱 지분 100%를 3877억원에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인수금액은 지난해 말 자산총액의 10.69%에 해당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M&A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과징금 면제로 삼양사는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자금 유출 변수 하나를 걷어내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 M&A와 투자 등 자금 운용에도 이전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양사 측은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과징금 면제 여부와 별개로 회사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황,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기술 경쟁력,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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