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한국이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의 공급 지연으로 생긴 스위스 시장의 틈을 노리고 있다. 스위스 장거리 방공체계 수주전이 한국과 유럽 간 2파전으로 좁혀지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의 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가 차세대 장거리 지상기반 방공체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과 프랑스·이탈리아 합작법인 유로샘(Eurosam)의 지대공 미사일 ‘SAMP/T(Surface-to-Air Missile Platform/Terrain) NG’가 경쟁하고 있다.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오는 18일까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L-SAM이 최종 선택될 경우 국내 방산업체가 유럽 장거리 방공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패트리엇 주문했는데 5~7년 지연…두 번째 방공망 찾는 스위스
스위스는 지난 2022년 미국에 패트리엇 5개 포대를 주문했다. 패트리엇은 당초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인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우선 공급한다며 스위스의 공급 순위를 조정했다.
지난 5월 스위스 연방방위조달청(armasuisse)은 미국으로부터 한 차례 더 패트리엇 인도가 기존 계획보다 5~7년 미뤄졌다고 통보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여파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후 스위스는 한동안 미국 정부에 패트리엇 대금 지급까지 중단했다.
지난 6월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프랑스,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업체와 방공 계약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무기들이 비유럽 제품이라도 유럽에서 생산할 경우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건도 추가했다. 특정 국가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사시 무기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 한국 L-SAM, 스위스 20km 방어망 위에 40~60km 방어망 추가
스위스가 이번에 추가 방공체계를 통해 다층 방공망(Multi-layered Air Defence)을 구축하고자 한다. 다층 방공망이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드론 등 서로 다른 고도에서 접근하는 여러 위협을 각 고도에서 요격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스위스가 기존에 도입한 PAC-3와 IRIS-T SLM 등 방공체계는 주로 하층·중층(고도 20~25km) 방어를 담당한다. 반면에 L-SAM은 탄도미사일을 고도 40~60km에서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이다. 기존 방공망보다 높은 곳에서 먼저 한 차례 요격하고, 실패할 경우 아래에 있는 또 다른 방공체계가 다시 대응한다.
L-SAM은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 유안타증권은 L-SAM의 항공기를 상대하는 대항공기유도탄(AAM) 가격을 약 15억~20억원, 탄도미사일을 상대하는 대탄도탄유도탄(ABM)을 35억~45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에 SAMP/T NG의 아스터30(Aster30)은 약 45억~55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성능과 가격으로만 수주를 낙관하기 어렵다. 유안타증권은 L-SAM과 SAMP/T NG 성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두 업체 모두 수주 이후 약 3년 이내에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했다.
두 업체가 유럽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시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유럽 국가인 스위스가 유럽 자체 공급망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회사인 SAMP/T NG가 정치·지리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한화·LIG·한화시스템 주목…美 '공급병목' 반복될지가 핵심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L-SAM 사업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다. 업체별 비중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7.5%로 가장 높고 한화시스템이 29.1%, LIG D&A가 13.4%를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탄도미사일을 직접 요격하는 대탄도탄유도탄(ABM)과 발사대 등을 담당한다. 한화시스템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해서 요격유도탄과 연동하는 다기능레이다(MFR·Multi-Function Radar)를 공급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L-SAM의 체계 통합과 대항공기유도탄(AAM) 개발을 맡는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스위스 정부의 선택이 국내 방산업체의 유럽 시장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K-방산은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으로만 유럽 시장을 확대했다.
이번 스위스 수주전에서 L-SAM이 승리를 거머쥔다면 국내 방산 업체의 수출 품목이 전차와 자주포에서 미사일과 레이더로 넓어질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유안타증권은 스위스 수주 결과와 별개로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망 부족이 만든 유럽 안보 공백을 K-방산이 파고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수주전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을 주요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세 종목 모두 ‘매수(BUY)’를 유지했으며 목표주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8만원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105만원 ▲한화시스템 13만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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