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다시 나온 롯데카드가 업계 3위 수준의 외국인 결제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순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근 수년간 이익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 수익원을 넓히려는 행보다. 매각 절차가 다시 시작된 만큼 빠르게 늘어난 외국인 결제 거래액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해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 평가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5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개인고객사업부 제휴사업본부 산하 신규사업실을 외국인결제사업실로 재편했다. 기존 신규사업실이 담당하던 신성장동력 발굴 기능을 이어가면서 외국인 결제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개편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롯데카드의 매각 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매각주관사 UBS를 통해 잠재 인수 후보군을 선별하고 티저레터를 배포하는 등 매각 마케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앞두고 기존 카드업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외국인 결제사업의 성장세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결제사업실은 신규사업실 때와 마찬가지로 홍경완 실장이 이끌고 있다. 홍 실장은 현대카드 AI사업기획팀장, 개인화서비스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뒤 2023년 롯데카드에 합류했다. 롯데카드에서는 통합마케팅실장과 경영혁신실장 등을 역임하며 디지털 기반 신사업 기획과 마케팅, 경영전략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롯데카드가 외국인 결제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내세울 수 있는 배경에는 이미 확보한 업계 상위권의 거래 기반이 있다. 외국인 결제사업은 국내 카드사가 해외에서 발급된 카드의 국내 거래를 매입·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롯데카드가 국내 가맹점의 매출전표를 매입해 비자·마스터카드와 같은 국제 브랜드사를 거쳐 해외 카드사에 전달하면 해외 카드사는 자사 회원에게 이용대금을 청구한다. 롯데카드는 국내 매입사로서 거래 매입과 가맹점 대금 정산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이에 따른 수익을 얻는다.
올해 상반기 말 전업 카드사 8곳(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 가운데 롯데카드의 해외회원 국내이용실적은 일시불 기준 1조898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4조8663억원), 비씨카드(2조5549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전체 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외국인 결제 분야에서 롯데카드가 확보한 상대적인 경쟁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647억원으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보다는 55.5%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절대적인 이익 규모에서는 여전히 열위에 있는 반면 해외회원 국내이용실적에서는 업계 3위의 거래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결제 거래액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롯데카드의 해외회원 국내이용실적은 2021년 3585억원에서 2022년 8730억원으로 143.5% 증가했고 2023년에는 1조9122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이후 2024년 2조7025억원, 지난해 3조2290억원으로 매년 몸집을 키웠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의 절반을 웃도는 1조898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롯데그룹 계열사 시절부터 구축한 사업 토대에 방한 관광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는 해외회원 국내 이용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8년까지 매년 1조원 안팎의 거래 규모를 유지하며 외국인 결제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해당 실적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2020~2022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관광객의 국내 입국이 급감했던 시기와 겹친다. 2023년 엔데믹 이후 방한 외국인이 늘면서 거래 규모도 다시 빠르게 확대됐다. 여기에 해외 결제수단의 국내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이어온 점도 실적 확대를 뒷받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관건은 빠르게 늘어난 거래액을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해외회원 국내이용실적이 업계 3위라는 사실은 외국인 결제시장에서 롯데카드가 확보한 거래 기반을 보여주지만 사업의 수익성이 업계 3위라는 의미는 아니다. 거래 규모뿐 아니라 국제 브랜드사·해외 발급사와의 정산 구조와 비용 등을 감안한 실제 수익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외국인결제사업실 출범 이후에는 기존 거래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얼마나 발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롯데카드로서도 새로운 이익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 수년간 기초적인 이익 창출력이 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롯데카드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2021년 2258억원에서 2022년 2780억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367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23년 실적에는 로카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순이익은 1691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이후 순이익은 2024년 1372억원, 지난해 798억원으로 감소하며 1000억원선이 무너졌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6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면서 반등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이익체력이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결제사업을 비롯한 새로운 수익원을 키워 기존 카드업의 수익성 한계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롯데카드의 매각 성패와도 맞닿아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지분 59.83%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각각 20%씩 갖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4년 차인 2022년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첫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거론됐지만 원매자와 가격 눈높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2024년 매각주관사를 UBS로 교체하고 재매각을 타진했지만 지난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매각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보 유출 사고는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고객 297만명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일으켰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롯데카드에 1.5개월의 업무정지와 과징금 50억원을 부과했다. 업무정지는 신규 회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 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기존 회원의 카드 이용 등은 가능했다.
업무정지는 이날 종료되고 16일부터 신규 카드 발급 등이 다시 가능해진다.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걷히면서 매각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정보 유출로 훼손된 신뢰와 최근 약화된 이익체력은 원매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외국인결제사업실은 당사의 신규 수입원을 발굴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조직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명칭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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