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미국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 관세 판정을 내렸다. 이에 미국 현지 생산망을 구축한 한화큐셀과 비중국산 소재 공급망을 확보한 OCI홀딩스가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부상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한 반덤핑관세(Anti-Dumping Duty)와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에 대해 긍정판정을 내렸다. 반덤핑관세는 정상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된 제품에, 상계관세는 해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미 상무부가 최종 산정한 반덤핑 마진은 인도 123.04%, 인도네시아 94.36%, 라오스 65.43%다. 상계관세 산정 기준이 되는 보조금률은 인도 126.09%, 인도네시아 73.2~173.7%, 라오스 82.03~153.67%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규제의 한 축이다. 2012년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2015년부터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미국의 규제가 다시 심해지자 2023년에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 새로 공장을 구축했다.
지난 4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5년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우회해서 수입되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45억달러(6조5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전체 태양광 수입액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 美 현지 생산 확대 한화큐셀, 상대적 수혜
중국산 태양광 제품과의 저가 경쟁에서 밀리자 지난해 7월 한화큐셀의 미국법인과 OCI홀딩스의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Mission Solar Energy), 퍼스트솔라(First Solar) 등 여러 기업이 함께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당시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과 모듈이 미국 시장에서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정부 보조금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상무부의 약 14개월 간의 조사 끝에 지난 11일(현지시간)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서 최종 긍정판정이 났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Cartersville) 공장에서 완전 가동 시 잉곳·웨이퍼·셀을 각각 연간 3.3GW, 모듈을 3.5GW을 생산한다. 기존 조지아주 달튼(Dalton) 공장을 합치면 올해 3분기 말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8.6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아시아에서 만든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커질수록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높은 한화큐셀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조사기관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2025년 미국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38.5%의 점유율로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상업용 시장에서도 15.5%를 차지하며 7년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기존의 높은 점유율에서 가격경쟁력까지 올라간다면 미국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OCI홀딩스도 비중국산 태양광 공급망 확대에 따른 수혜 후보로 꼽힌다. OCI홀딩스는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의 OCI테라서스(OCI TerraSus)에서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잉곳과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공급망의 가장 앞단에 들어가는 소재다.
OCI홀딩스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신규 미국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자신들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완전히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증설에 착수해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7만톤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판정은 미국 시장에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공급망을 가진 OCI의 상대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美 매출 늘어난 HD현대에너지솔루션…한국산 조사 변수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제품의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7월에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미국 매출은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156억원 대비 4.2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2%에서 40%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한국산 태양광 제품이 미국의 다음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디안솔라(Canadian Solar), SEG솔라(SEG Solar), 헬리엔(Heliene) 등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태양광 업체들이 한국산 태양광 셀에 대한 우회 수출 조사를 요청했다.
일부 한국 업체가 중국산 웨이퍼 등 부품을 한국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보내 기존 중국산 제품 관세를 우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서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한화큐셀, 신성이엔지도 이름이 올라갔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충북 음성에서 생산한 태양광 셀과 모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상대적으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한국산 제품까지 추가 규제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수혜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이번 관세 조치의 핵심은 태양광 제품의 가격뿐 아니라 공급망의 위치에 있다. 미국 안에서 생산체계를 구축한 한화큐셀과 OCI홀딩스는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한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추가 규제 가능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0월 14일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태양광 제품이 미국에 실질적 피해를 줬는지 최종 표결할 예정이다. ITC가 해당 국가로 인한 산업피해를 인정하면 미국 상무부는 11월에 공식적으로 관세 명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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