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연 기자] 통신장비 업계가 2027년 본격적인 업황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5G 네트워크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장기간 이어진 비수기로 공급업체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수요 회복과 공급 기반 축소가 맞물릴 경우 일부 통신장비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지난 10일 발간한 ‘통신장비: 2027년 쇼티지 발생 가능성 높습니다’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의 5G·6G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2027~2029년 통신장비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글로벌 SI 업체 간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으로 장비·부품 공급업체 수는 줄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주파수 공급·韓 투자 확대…5G 수요 회복 주목
통신장비 수요 회복 기대의 배경에는 미국과 한국의 통신망 투자 재개 가능성이 있다. 이동통신사는 새로운 주파수를 확보하면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기지국과 무선장비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어 주파수 경매가 장비 업황의 선행 지표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규 주파수 공급 절차가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어퍼 C밴드(Upper C-band) 3.98~4.14GHz 구간 160MHz 폭을 지상 이동통신용으로 재배치하고 경쟁입찰 절차를 마련했다. 미국 의회가 FCC에 2027년 7월4일까지 3.98~4.2GHz 대역에서 최소 100MHz 규모의 경쟁입찰을 완료하도록 한 데 따른 조치다.
하나증권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21일 발간한 ‘케이엠더블유: 2027년도 이익 급증에 의심을 가질 필요 없어’ 보고서에서 미국 이동통신사의 5G 투자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무선통신장비 투자는 신규 주파수 할당과 함께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주파수 경매 이후 버라이즌과 AT&T 등 주요 통신사의 설비투자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됐다. 지난 2일 하나증권이 발간한 ‘RFHIC: 곧 2차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고서에서는 2027년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피지컬 AI 육성을 위한 5G 단독모드(SA)·6G 투자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실제 국내에서는 통신망 투자 확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AI 시대 통신인프라 투자 촉진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인공지능 무선접속망(AI-RAN)과 6G 투자, 정부 지원 및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관련 논의를 토대로 연내 ‘차세대 통신망 투자 및 규제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나증권은 미국과 한국의 통신망 투자가 비슷한 시기에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주파수 경매를 계기로 5G 투자가 재개되고 국내에서도 5G 단독모드(SA)와 AI 무선접속망(AI-RAN), 6G 관련 투자가 확대될 경우 2027년 장비 수요가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업체는 감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받아낼 공급 기반은 오히려 약해진 상태다. 무선통신장비 시장은 통신 세대 전환을 전후로 성수기를 맞는다. 하지만 투자 공백기에는 수년간 비수기가 이어진다. 비수기에도 장비 성능시험과 신규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는 장기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이 과정에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업체 간 인수합병(M&A)과 업체 매각 등 업계 재편이 이어졌다.
하나증권은 3G 도입 이후 업체 수 감소가 시작됐고 LTE와 5G를 거치면서 이러한 흐름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통신장비 업계의 성수기가 약 7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가운데 긴 비수기를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공급 기반이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신규 사업자가 단기간에 빈자리를 채우기도 어렵다. 통신사는 네트워크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기존 거래 업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경우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이나 네트워크 운영 문제뿐 아니라 이미 구축된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이 같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공급 부족이 발생해도 신규 업체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까지 겹쳐…국내 장비업체엔 기회
미·중 기술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도 수급 불균형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왔다.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은 중국산 장비와 부품 사용을 줄이고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환경이 장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아웃소싱 장비·부품 업체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까지 공급망에서 제외될 경우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벤더가 활용할 수 있는 공급처가 더욱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 통신장비 업체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업황 회복 기대는 개별 통신장비 업체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RFHIC가 방산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통한 미국 버라이즌 납품과 국내 5G SA·신규 주파수 투자 확대에 따른 통신 부문 성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RFHIC의 올해 매출액은 2600억원,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추정했으며 2027년에는 각각 3180억원, 75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엠더블유의 경우 실적 반등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증권은 미국 통신사들의 5G 설비투자가 2027년 2분기부터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케이엠더블유의 매출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벤더를 통한 버라이즌 공급 가능성과 함께 에릭슨과 AT&T 등이 신규 매출처로 추가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케이엠더블유에 대해 2026년 매출 1023억원, 영업손실 213억원을 기록한 뒤 2027년 매출 3676억원, 영업이익 100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8년에는 매출 5522억원, 영업이익 189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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