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9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이 신고가를 썼다. 전 거래일보다 7.09% 오르며 198.70달러(26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4.83%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강세다.
같은 날 미국 증시는 반대로 움직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8%, 나스닥지수는 -0.64%를 기록했다.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약해진 탓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1.21달러까지 상승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84%를 넘어섰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과 경제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에서도 반도체주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월가에서는 투자자의 관심이 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보다 현재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 커지자 반도체로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9일(현지시각) 반도체주가 불확실한 증시에서 단기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약 6% 올랐다. 메모리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는 약 12%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은 0.2%, 나스닥은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체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메모리에는 자금이 계속 들어온 셈이다.
미국의 자산 관리 전문 기업 에릭디튼(Eric Diton) 웰스 얼라이언스(Wealth Alliance) 대표는 현재 반도체 산업을 '곡괭이와 삽(Picks and Shovels)'에 비유했다.
금광에서 누가 금을 찾을지는 알 수 없지만 금을 캐려면 곡괭이와 삽은 반드시 필요하다. AI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 어떤 AI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데이터센터를 만들려면 반도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유가와 금리, 정치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단순한 성장 기대보다 실제 주문과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다만 배런스는 반도체를 금이나 미국 국채와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을 확인하기 쉬운 ‘단기적인 안전 투자처(Short-Term Safety Play)’라는 의견이다.
◆공급 부족 장기화…메모리 수요가 더 강해졌다
반도체 가운데 메모리주의 상승폭이 특히 컸던 데에는 업황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해 3분기 메모리 평균 판매 가격이 전분기보다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D램(DRAM)과 낸드(NAND) 모두 2027년까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문제는 HBM을 많이 만들수록 일반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반도체 업체가 보유한 공장과 생산장비는 한정돼 있다. 수익성이 높은 HBM 주문이 늘어나면 업체들은 기존 생산 설비를 HBM 생산에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PC와 스마트폰,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D램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HBM과 일반 D램을 모두 공급한다. HBM 판매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기존 D램 가격까지 오르면서 전체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ADR)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지난여름 조정으로 투자자들의 반도체주 보유 비중이 낮아지면서 추가 매수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AI 투자 확대나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의 호재에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 ADR, 본주보다 높은 평가…희소성도 한몫
SK하이닉스 ADR의 상승에는 미국 시장 내 제한된 공급도 영향을 미쳤다. ADR은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ADS(미국예탁주식)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보통주 1779만주를 신주 발행해 ADS 1억7790만주를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에는 예정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하지만 국내 보통주를 추가로 ADS로 전환하려면 회사의 사전 동의와 관련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 국내 주식을 사서 미국에서 팔아 가격 차이를 줄이는 차익거래가 제한되는 구조다.
이에 미국 내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즉각 따라가기 어려워 본주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이를 ‘미국 시장 내 희소성 프리미엄’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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