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과 PC에만 집중했던 사업을 콘솔까지 넓혀 이용자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가 내놓은 콘솔게임이 잇달아 해외에서 흥행하면서 콘솔이 시험 단계를 넘어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펄어비스(Pearl Abyss)의 ‘붉은사막(Crimson Desert)’은 올해 3월 출시 이후 83일 만에 세계 판매량 600만장을 넘어섰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Stellar Blade)’도 2024년 4월에 출시된 뒤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기록했다. 2023년 9월에 출시한 네오위즈(Neowiz)의 ‘P의 거짓(Lies of P)’ 역시 300만장 이상 판매됐으며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이 북미·유럽·일본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가장 최근 출시된 붉은사막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 집계에서 올해 미국 게임 누적 판매량 2위에 올랐다. 기존 해외 유명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이 아닌 국내 신규 IP로 거둔 성과다. 콘솔이 국내 게임사에 단순한 신(新)사업이 아니라 실제 해외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검증되고 있다.
◆ 2027년 신작 더 늘어난다
세계 시장 규모에 비하면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에서 콘솔 비중은 미미했다. 영국 리서치 회사 옴디아(Omdia)는 2025년 국내 게임 시장을 98억달러(13조900억원)로 전망했다. 이중에서 콘솔 비중을 3%로 봤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국내 콘솔 시장 규모는 약 2억9400만달러(3928억원)이다.
반면 세계 콘솔시장은 PC 게임 시장을 넘어선다.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콘솔게임 매출은 447억달러(59조7000억원)였다. 이는 PC게임 436억달러(58조2000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조사기관과 집계 기준이 달라 국내외 수치를 직접 점유율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게임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시장에 비해 낮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게임산업은 오랫동안 모바일과 PC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과 PC방을 기반으로 PC게임 시장이 먼저 커졌고,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게임이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의 7.2%를 차지해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전체 게임산업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콘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이유다.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시장에서 최근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붉은 사막 등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국내 게임업계도 콘솔의 가능성을 봤다. 자체 IP를 앞세워 기존 PC 이용자뿐 아니라 콘솔 이용자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콘솔 게임 후속작도 연달아 준비되어 있다.
교보증권이 지난 8일 발간한 '게임스컴(Gamescom) 2026 리뷰'에 따르면 크래프톤(Krafton)과 엔씨(NC), 네오위즈(Neowiz), 카카오게임즈(Kakao Games)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2026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다수의 PC·콘솔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2027년 ▲펍지: 데드넷(PUBG: DED.NET) ▲에이지 트위스터스(Age Twisters) ▲타래: 언바운드(TARAE: The Unbound) ▲노 로(NO LAW)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두 개의 대형 게임에 집중하기보다 협동 어드벤처와 역할수행게임(RPG), 총싸움게임(FPS) 등 서로 다른 장르를 동시에 내놓는다.
엔씨도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나 콘솔·PC 장르를 넓히고 있다. 2027년 오픈월드 총싸움게임 '신더 시티(Cinder City)'를 비롯해 전술 총싸움게임 '디펙트(DEFECT)' 등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크로니클(ArcheAge Chronicles) ▲갓 세이브 버밍엄(God Save Birmingham) ▲크로노 오디세이(Chrono Odyssey)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오위즈도 P의 거짓 차기작을 포함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기존의 모바일과 PC를 버리고 콘솔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신작은 PC와 콘솔에 동시에 내놓는다. 이미 확보한 PC 이용자를 유지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 엑스박스(Xbox) 이용자까지 판매 대상을 넓히는 방식이다.
◆ 유명 IP 없어도 진입 여지 커져
최근 글로벌 콘솔 시장의 변화도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콘솔에서는 오래된 유명 IP를 보유한 미국·일본 업체의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규 IP와 중형 게임도 매출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나온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 콘솔 게임기 브랜드인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신규 게임의 진입이 늘고 있다. 매년 반복 출시되는 작품을 제외하면 신작 매출 비중은 2022년 17%에서 지난해 22%로 5%p 높아졌다. 반면 매년 출시되는 기존 프랜차이즈 게임의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22%로 낮아졌다.
30~50달러 가격대의 AA급 게임도 커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AA급 게임의 매출 비중은 2022년 10%에서 지난해 14%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내 게임사에도 중요한 변화이다. AAA급 게임은 수년이 걸리고 개발비도 큰 만큼 실패할 경우 부담이 크다. 반면 AA급 게임을 여러 개 개발하면 특정 작품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시험할 수 있다.
다만 콘솔 시장의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콘솔게임 흥행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출시된 ‘검은신화: 오공(Black Myth: Wukong)’이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명말: 연허지우(Wuchang: Fallen Feathers)’ 등 중국산 PC·콘솔 신작이 뒤를 이었다. 중국 콘솔게임 시장 매출도 지난해 83억6200만위안(1조6662억원)으로 전년보다 86.33% 증가했다.
국내 게임사의 콘솔 확대는 그동안 한국 게임사가 상대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던 시장에 새로 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중국 게임사까지 콘솔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가 새로운 IP로 해외에서도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게임 업계가 성공적으로 해외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지화(Localization)가 중요하다”며 “현재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차별점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게임의 스토리에 녹이고 이를 해외 이용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지화하는 ‘K컬처’ 전략이 글로벌 콘솔시장을 넓히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