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운송과 유틸리티 업종이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달러로 연료와 원재료를 사오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원화 강세로 비용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월평균은 올해 ▲1월 1456.51원▲2월 1449.32원 ▲3월 1486.64원 ▲4월 1487.39원 ▲5월 1490.11원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후 6월에는 1527.3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7월부터는 1497.43원, 8월에는 1406.30원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9일 오전에는 133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불과 두 달여 만에 환율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원화가 강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 한국전력 등 달러 지출이나 외화부채 부담이 큰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환율이 내려가면 같은 규모의 달러 비용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고,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 부담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달러 부담 큰 운송업…환율 하락에 기대↑
운송업에서는 항공사의 수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이자비용 등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 공개된 NH투자증권의 ‘환율 하락의 후폭풍’ 보고서에서 업종별 세전이익 변화율을 보면 운송업은 상반기 29.46%, 3분기 4.88%였다.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일수록 원화 강세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운송 수혜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 대한항공이다. 지난 8일 발표된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9월 초 환율이 1346원까지 내려오면서 달러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대한항공은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lease payment), 이자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한다. 환율이 내려갈수록 원화 부담이 줄어들고,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 규모도 작아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대한항공의 실적이 3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의 3분기 연결 매출을 7조2595억원, 영업이익을 4887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0.2% 늘고, 2분기 207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세전이익 전망도 기존 3260억원에서 6630억원으로 103.3% 높였다.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 손익 개선을 반영한 결과다. 미래에셋증권은 환율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을 고려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3만3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높였다.
롯데렌탈도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 4일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과 함께 롯데렌탈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렌탈도 대한항공처럼 외화부채 비율이 높아 환율이 떨어질수록 달러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구조다.
롯데렌탈은 지난 6월 아시아 자본시장에 9000만달러(한화로 약 1400억원) 규모의 외화변동금리채를 발행했다. 외화변동금리채(FRN)란 시장금리에 따라 지급 이자율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채권을 말한다.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회사가 짊어지고 있는 외화 빚의 원화 환산 가치가 함께 줄어든다. 장부상 대규모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당기순이익 증가와 부채비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연료비 부담 줄어드는 한전…유틸리티도 수혜
유틸리티 업종도 원화 강세의 수혜가 예상된다. 전력·가스 등 국내 판매 비중이 큰 기업은 수출기업보다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수입 연료의 원화 환산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지난 4일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유틸리티 업종 내 수출 비중은 2%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환율이 하락해도 매출에 타격이 크게 없다는 의미다.
반면 원화 강세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연료의 비용은 줄어들고, 해외에서 달러로 빌린 빚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보고서에서는 두 요인의 일석이조 효과로 올해 세전이익은 2432억원, 즉 2.67%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표 종목으로는 한국전력(한전)이 꼽힌다. 한전은 발전에 필요한 LNG와 석탄 등 연료를 달러로 조달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수록 연료비와 구입전력비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발전자회사의 연료비는 전년보다 8177억원 늘어난 10조1429억을 기록했다. 이에 한전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상반기 말 연결 부채는 210조7000억원, 차입금은 133조3000억원에 달했다. 한전이 연료비와 재무 부담이 큰 만큼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비용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게 된다. 다만 국제 연료가격이 오르거나 발전원 구성이 바뀌면 환율 하락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환율 하락은 달러 비용이나 부채 부담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외화부채가 컸던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느냐다. 원화 강세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 롯데렌탈, 한국전력을 비롯한 운송·유틸리티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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