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604억원을 손에 쥔 코스닥 상장사 ‘그래피’가 3주 만에 492억원을 베팅했다. 최근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투명교정장치(SMA) 사업과 맞닿아 있는 치과용 디지털 장비 업체 레이의 경영권 인수에 쏟아붓는 승부수다.
흥미로운 것은 492억원의 행방이다. 인수대금이 곧장 매도인에게 넘어가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일부는 이상철 레이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을 푸는 데, 일부는 교환사채(EB)에 묶인 주식을 되찾는 데 쓰인다. 기존 채무와 담보를 하나씩 걷어내야 비로소 그래피가 레이의 새 주인이 되는 구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래피는 지난 8월10일 레이홀딩스(매도인1)·이상철 레이 대표(매도인2)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두 매도인이 보유한 레이 주식 합계 408만7749주를 491억5109만3976원(주당 1만2024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후 지분율은 발행주식총수(1564만21주) 대비 약 26.14%로, 그래피가 레이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거래는 계약금을 지급하고 잔금을 치르는 일반적인 주식매매보다 복잡하다. 매도 대상 주식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채무의 담보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피가 인수하는 지분에 설정된 담보를 먼저 해소해야 온전한 지분 이전이 가능하다.
첫 단추는 이상철 대표의 개인 담보대출이다. 그래피가 계약 체결 당일 지급한 계약금 21억원은 이상철 대표의 담보대출 상환에 사용됐다. 이를 통해 개인 보유주식에 설정된 질권을 해지하고 그래피에 넘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구조다.
더 큰 관문은 레이홀딩스 보유 지분이다. 레이홀딩스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168만6228주는 발행총액 385억원 규모의 EB 3건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 때문에 그래피와 매도인 측은 거래종결을 9월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1차 종결일인 9월15일에는 EB 담보로 묶인 물량을 제외한 지분이 그래피에 먼저 이전된다. 그래피는 이 과정에서 매도인 측에 267억7589만원을 지급하는 동시에 202억7521만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다. 에스크로 자금은 매입·소각 등을 통해 EB를 정리하고 담보를 해지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B 정리와 담보 해지가 완료되면 이튿날인 16일 2차 종결이 이뤄진다. 담보에서 풀려난 나머지 지분이 그래피에 넘어가면서 408만7749주의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는 방식이다. 같은 날 그래피가 지명한 인사들을 이사·감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도 열릴 예정이다. 지분 이전과 이사회 재편을 거쳐 경영권까지 넘겨받는 것이 최종 단계다.
거래가 예정된 날짜에 마무리되려면 넘어야 할 조건도 남아 있다. 계약상 담보 해지를 비롯해 EB 보유자 측의 거래 동의와 임시주주총회의 적법한 소집 등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 구조를 살펴보면 거래종결에 몇 가지 선행조건이 걸려 있다”며 “담보 해지와 EB 보유자 70% 이상의 거래 동의 확보, 임시주총 적법 소집 등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15~16일로 잡힌 거래종결 일정이 순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 구조를 살펴보면 거래종결에 몇 가지 선행조건이 걸려 있다”며 “담보 해지와 EB 보유자 70% 이상의 거래 동의 확보, 임시주총 적법 소집 등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15~16일로 잡힌 거래종결 일정이 순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대금만 그래피 자기자본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회사의 향후 사업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대형 베팅인 셈이다. 그래피가 레이에 이처럼 큰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양사의 사업적 접점과 레이가 구축해 놓은 글로벌 영업망이 자리하고 있다.
레이는 치과용 콘빔 컴퓨터단층촬영장치(CBCT)를 비롯해 구강스캐너와 안면스캐너 등 디지털 진단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그래피가 투명교정장치와 치과용 소재를 만드는 만큼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밸류체인을 확장할 수 있는 조합이다.
특히 레이가 이미 주요 해외시장에 구축해 놓은 현지 네트워크는 그래피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계약서상 진술·보장 조항에 따르면 레이는 미국·일본·호주·독일·멕시코·캐나다·프랑스·베트남·인도·브라질과 대만·홍콩·중국·한국 등에 총 17개 국내외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그래피가 자체적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영업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빠르게 글로벌 판매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인수 이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첫 구상도 이미 나왔다. 그래피는 앞서 메가젠임플란트와 전략적 협력 및 제품 공급·유통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제품별 공급조건과 국가별 판매계획을 구체화해 이달 중 그래피·레이·메가젠 3자 간 본계약 체결을 추진한다.
구상은 세 회사가 각각 보유한 제품과 판매망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피와 레이의 기존 글로벌 영업 기반에 메가젠의 해외법인 및 대리점 네트워크를 더해 판매 채널과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 메가젠은 레이의 치과용 CBCT R2 Studio Q와 구강스캐너, 안면스캐너 등 디지털 진단장비 전반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래피 제품의 공급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먼저 개발이 완료된 영구치관용 심미보철소재를 메가젠 유통망에 공급하고, 이후 그래피의 독자 형상기억 소재 기술을 적용한 직접출력형 투명교정장치 SMA를 화이트라벨 방식으로 공급하는 수순이다.
결국 492억원을 들여 레이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서 이번 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피 입장에서는 레이의 디지털 진단장비와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고 여기에 자체 소재·SMA 기술과 메가젠의 유통망을 결합해 해외시장 공략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인수 이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심운섭 그래피 대표는 "레이의 디지털 진단장비를 시작으로 그래피의 보철소재와 SMA 화이트라벨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3사의 강점을 결합한 글로벌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