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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 패싱'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테라파워 놓고 저울질
이우찬 기자
2026-08-26 16:35:00
SK·HD현대 달리 지분 투자 계획 없어…뉴스케일 주춤 속 테라파워에 눈길 'SMR 파운드리 입지'
이 기사는 2026-08-26 15:29:39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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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제공=두산에너빌리티)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협력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뉴스케일파워 협력을 축소하고 테라파워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테라파워 SMR은 뉴스케일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원전 기기 제작 역량에 강점이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협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계에 따르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14일 방한했다. 테라파워는 K-원전 공급망을 활용해 나트륨 SMR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트륨 SMR은 물 대신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감속재 없이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는 제4세대 원자로 노형이다.


빌 게이츠 방한에 SMR 사업에 관심이 많은 SK와 HD현대, 현대건설이 포토 세레모니를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SK는 디벨로퍼 구실을 하며 수익화를 노린다.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과 SMR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등에서 협력한다. 최태원 회장이 SMR 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빌 게이츠는 3사 협력을 위해 손잡았다. HD현대는 SK와 함께 테라파워에 공들이는 국내 기업으로 손꼽힌다.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우선협상자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시공 업체다.


원전 기자재 공급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빌 게이츠와 별도 포토 세레모니를 진행하지 않았다.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는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시장 일각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기기 제작 역량을 고려하면 빌 게이츠와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만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협력 구도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함께 SMR 양대 강자로 평가받는 뉴스케일 쪽에 공들여왔다. 1000억원 이상 실탄을 투입해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2019년, 2021년 각각 4400만달러,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6월 말 기준 보유 지분 0.69%의 장부가는 300억원이다. 2024년 말 기준 보유지분율과 장부가는 각각 1.77%, 1030억원이었다.


뉴스케일 사업에는 일부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발전시스템(UAMPS)과 추진하던 첫 SMR 상용화 프로젝트(CFPP)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재비·공사비 급증으로 발전 단가가 크게 상승하자 참여 지자체들이 이탈하며 취소됐다. 루마니아 도이체슈티(Doicești) SMR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 상업 운전 목표 시점은 2028년이었으나 2033년으로 밀렸다.


시장의 평가도 싸늘해졌다. 13조원에 달했던 뉴스케일 시총은 상업화 지연과 사업 철수 이슈 등이 겹치면서 지금 5조원대로 조정을 받고 있다. 뉴스케일의 첫 상용화 사업이 미뤄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거두려 했던 주기기(원자로 압력용기 등) 본계약을 비롯한 매출 발생 시점도 밀리는 것이다.


뉴스케일이 주춤하면서 테라파워의 4세대 나트륨 SMR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실증 단지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20억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빌 게이츠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최초 상용화 SMR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시장에서는 사업성 측면에서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이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에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트륨(소듐) 원자로는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고온 운영이 가능하고 용융염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결합할 수 있어서다. 출력을 순간적으로 대폭 늘리거나 줄이기 쉬워 전력 피크 변동성이 매우 큰 AI 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 보완용 전력원으로 기존 경수로 방식의 뉴스케일보다 경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원전, SMR 분야에서 파운드리를 꿈꾸는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협력 확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스케일이 흔들리면 테라파워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반도체의 TSMC처럼 여러 기업이 찾는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테라파워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일축했다. 원전 기기 역량을 토대로 다양한 SMR 파트너와 협업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뉴스케일에 투자하며 공들여왔고 SK, HD현대 만큼 테라파워와 끈끈한 관계는 아니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기자재, 터빈 제조 역량을 갖췄지만 SMR 관한 기술력에서는 약점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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