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청보(옛 더큐브앤)가 올해 자산 매각, 대규모 차입, 결손보전 감자, 사명 변경 등 전방위 재무 재편에 나서며 유동성 지표를 일부 개선했다.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60%에서 올해 상반기 말 346%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보다 자산 매각과 장기차입, 단기부채 축소가 지표 개선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결손금과 장기차입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485억원, 유동부채는 140억원으로 유동비율이 346%에 달했다. 지난해 말 유동자산 340억원, 유동부채 212억원과 비교하면 유동자산은 145억원 늘어난 반면 유동부채는 72억원 줄었다. 분자인 유동자산 증가와 분모인 유동부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유동비율이 160%에서 186%포인트 상승했다.
유동자산 증가를 이끈 것은 금융자산이었다. 상반기 말 유동자산 항목 중 기타유동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94억5000만원에서 198억40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채권도 77억9000만원에서 136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반대로 유동부채에서는 유동성전환사채가 지난해 말 160억원에서 상반기 말 53억원으로 107억원 감소했다. 유동비율 상승이 유동자산 확대와 단기성 부채 감소 양쪽에서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올해 들어 진행된 자산 매각과 차입구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청보는 1분기 중 보유하던 지비이노베이션 지분 100만주를 105억원에 매각하고 별도로 17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새로 일으켜 총 275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은 40.6%에서 60.7%로 높아졌고, 장기차입금은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약 6.7배 뛰었다.
조달한 자금이 전액 기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된 것도 아니다. 이 기간 기존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쓰인 금액은 53억원이었다. 이와 별도로 58억원은 단기금융상품 매입에, 16억원은 신규 대여금 지급에 투입됐다. 자산 매각과 신규 차입으로 확보한 자금 일부가 금융자산으로 남으면서 유동자산 증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기부채를 줄이는 대신 장기부채 부담은 커졌다. 상반기 말 비유동부채는 지난해 말 51억원에서 188억원으로 3.7배 확대됐고 이 가운데 장기차입금(사채 포함)은 3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유동성전환사채는 160억원에서 53억원으로 감소했다. 단기 상환 부담을 낮추는 과정에서 장기성 차입 부담이 확대된 구조다.
영업활동 자체에서 창출한 현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억원 유입에 그쳤다. 유동비율 개선을 영업현금창출력 회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산 매각과 장기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단기성 CB를 줄인 재무활동의 영향이 컸다.
재무구조의 또 다른 부담인 누적 결손도 해소되지 않았다. 상반기 말 결손금은 742억원으로 지난해 말 712억원보다 반기 만에 3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583억원에서 553억원으로 감소했다. 단기 유동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손실 누적으로 자본이 줄어드는 흐름은 이어진 셈이다.
청보는 누적 결손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구조 정리에도 나섰다. 이사회는 4월24일 법정적립금(자본준비금) 감액과 결손보전 목적의 자본감소(무상감자)를 동시에 결의했다. 상반기 말 기준 결손금이 742억원까지 불어난 상태에서 나온 조치다.
감자는 6월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7월13일 기준일, 7월14일 효력발생을 거쳐 7월16일 변경등기가 완료됐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동일하게 80% 비율로 감자가 이뤄지며 보통주식수는 6082만8143주에서 1216만5628주로, 자본금은 608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줄었다. 변경상장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같은 임시주총에서는 사명을 '청보'로 바꾸는 정관변경 안건도 함께 통과됐다.
이번 무상감자는 누적된 결손을 회계상 자본 항목으로 보전해 자본구조를 정리하는 조치다. 영업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거나 현금이 새로 유입되는 방식의 재무개선과는 성격이 다르다. 청보로서는 단기 유동성 지표 개선과 자본구조 정리에 이어 늘어난 차입 부담을 관리하면서 본업의 현금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은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동비율 등 외형 지표만 놓고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입 확대와 결손 누적이 동시에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며 “차입 규모가 늘어난 만큼 이자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청보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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