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CB 대금은 막히고 빚은 늘었다…더큐브앤의 꼬인 자금조달
민승기 기자
2026-06-24 10:00:00
사모조합 14개월 납입 지연…170억원 차입·지분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이 기사는 2026-06-23 15:39:1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큐브앤 재무구조(1).jpg
더큐브앤 현금 흐름도. (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더큐브앤'이 사모조합의 CB 대금 납입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거액의 외부 차입과 자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4개월 넘게 잔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자금 회수에 차질이 발생했고,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처분하고 17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조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차입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도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큐브앤은 지난 12일 임시주총을 열고 사명을 ‘청보’로 변경키로 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큐브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기준)은 전년 말 대비 162억원가량 증가했다. 결손금이 누적되며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현금 유입이다.


그러나 현금흐름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보유 자산을 팔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마련한 현금이기 때문이다.


더큐브앤은 1분기 중 보유하던 지비이노베이션 지분 100만주(전량)를 105억원에 매각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매각 목적을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 및 경영효율성 증대'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17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새로 일으켰다.

이렇게 확보된 275억원 중 53억원은 앞서 발행된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58억원은 단기금융상품 매입에, 16억원은 신규 대여금 지급에 쓰였다. 영업활동에서는 8억원의 현금이 들어왔지만 투자·재무활동에서 빠져나간 돈도 적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 상당 부분이 기존 자금 수요 대응에 투입되면서 최종 현금 증가분은 162억원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현금이 늘어난 동시에 차입 부담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60.7%로 전년 말(40.6%)보다 20.1%포인트 상승했다. 장기차입금은 전년 말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6.7배 증가했고 비유동부채도 45억원에서 2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유동비율은 155%에서 374%로 개선됐지만 이는 차입과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더큐브앤이 이 같은 자산 매각과 장기차입에 나선 배경으로 '더큐브 1호 조합'의 CB 대금 납입 불이행을 주목하고 있다.


더큐브앤은 지난해 만기 전 취득한 13회차 CB를 사모조합 등에 재매각해 105억원의 현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더큐브 1호 조합(68억2500만원)이 14개월째 잔금 납입을 이행하지 않았고, 당초 만기였던 올해 3월 31일에도 끝내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이 조합이 자금력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시에 기재된 더큐브 1호 조합의 재무 현황을 보면 자산과 자본은 각각 68억원 수준이며 부채는 없다. 재무제표상으로는 납입 여력이 부족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잔금 납입은 14개월째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큐브앤은 2월 12일 지비이노베이션 지분 매각을 이사회에서 결의해 3월 16일 잔금을 받았고, 같은 분기 안에 170억원의 장기차입도 일으켰다. 시장에서는 CB 대금 회수가 장기화되자 회사가 자산 매각과 외부 차입을 병행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0억원의 차입 전액을 조합의 미납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조합의 납입 지연이 회사의 자금 운용 부담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장기간 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자 더큐브앤은 해당 CB를 소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실제 더큐브앤은 대금 납입 기한(6월 30일)을 2주 앞둔 지난 17일 13회차 CB 가운데 10억원어치를 자기자금 11억9000만원을 들여 장외에서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후 남은 13회차 사채 잔액은 75억원이다.


시장에서는 더큐브앤이 11회차·14회차 등 기존에 발행했던 CB들의 조기상환 및 만기 전 취득 요구가 1분기에 잇따르면서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남은 잔액에 대한 추가 취득과 향후 소각이 이뤄질 경우 관련 자금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대금 회수가 불확실해진 시점에 기존 메자닌 청구서까지 몰리면서 알짜 자산을 팔고 170억원의 장기차입을 일으켜 급한 불을 끈 모양새"라며 "재무제표상 자금 여력이 있어 보이는 조합이 왜 14개월간 납입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회사는 왜 이 계약을 장기간 유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딜사이트는 재무 부담 확대와 관련해 더큐브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