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예금보험료(예보료) 인상이 추진되고 있지만 은행권의 예금보험 관련 전체 비용 부담은 오히려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 요율이 적용되는 2028년에는 은행권이 별도로 납부해온 0.10%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 특별기여금도 종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참고치로 제시된 예보료 인상 폭은 0.05%포인트(p)로 특별기여금 요율의 절반 수준이다. 예보료 자체는 오르더라도 특별기여금 종료 효과까지 감안하면 명목 요율 기준 부담은 현재보다 0.05%p 낮아지는 구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업권별 예보료율을 재산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산출한 계량모형에 따르면 은행권의 적정 예보료율은 현행 0.08%보다 0.05%p 높은 0.13% 수준으로 제시됐다. 해당 수치는 확정안이 아닌 업권과의 논의를 위한 참고치다. 최종 요율은 업계와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 결정될 예정이다.
예보료율 조정은 2009년 이후 약 18년 만의 변화다. 예보는 당시 도입된 목표기금제에 따라 업권별로 예금보험기금을 일정 수준까지 적립하고 있으며 현재 은행권의 기본 보험료율은 0.08%다.
은행권이 예보료 인상 폭에 주목하는 이유는 2027년 말 특별기여금 종료가 예정돼 있어서다. 현재 은행권에는 기본 예보료율 0.08%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0.10%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 특별기여금도 부과되고 있다. 두 요율을 단순 합산하면 명목상 0.18% 수준이다.
특별기여금은 향후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일반 예보료와 성격이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을 상환하기 위해 부보금융회사에 한시적으로 부과해온 비용으로 2027년 말 납부가 종료된다. 은행권은 25년 동안 0.10%의 특별기여금을 부담해왔다.
이에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0.13%가 2028년부터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예금보험 관련 명목 요율은 현재 0.18%에서 0.13%로 0.05%p 낮아진다. 예보료가 0.05%p 오르는 대신 특별기여금 0.10%가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0.05%p의 순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현행보다 낮아지면서도 당초 기대할 수 있었던 절감 효과는 줄어드는 구조다. 특별기여금만 종료되고 예보료율이 현행 0.08%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명목 요율은 0.18%에서 0.08%로 0.10%p 낮아질 수 있다. 예보료가 0.13%로 인상되면 이 가운데 절반인 0.05%p가 다시 채워지면서 실질적인 절감 폭도 절반으로 축소된다.
예보료 자체만 놓고 보면 은행권의 비용 증가 규모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은행권의 예보료 납부액은 약 1조4600억원이다. 지난해 납부액을 기준으로 현행 0.08%에서 0.13%로 요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단순 환산하면 예보료 부담은 연간 약 91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보험료에는 은행별 차등보험료율이 적용되고 향후 부보예금 규모도 변할 수 있어 실제 납부액 증가 규모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보료 체계를 재검토하게 된 주요 환경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예금보호한도 확대다. 지난해 9월 예금보호한도가 금융회사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 배 높아지면서 예보가 보호해야 할 예금 규모 역시 커졌다. 금융회사 부실 시 예금보험기금이 부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지급 규모가 확대된 만큼 목표기금 적립 수준 등을 고려해 업권별 적정 예보료율을 다시 산정할 필요성도 커졌다.
예보료가 인상되더라도 은행이 늘어난 법적 비용을 대출금리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돼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은행법 및 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출할 때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이전까지 대출금리의 원가 요소로 활용되던 일부 법적 비용을 차주에게 직접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은행권이 주목하는 것도 예보료 인상 자체보다 최종 인상 폭이다. 특별기여금 종료에 따른 0.10%p의 비용 감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새 예보료율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은행권이 실제 체감하는 절감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현재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0.05%p 인상안이 확정된다면 예금보험 관련 명목 요율은 현행보다 낮아지지만 특별기여금 종료로 기대했던 비용 감소 효과의 절반은 상쇄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료율 인상 폭이 특별기여금 요율을 넘지 않는다면 은행권의 전체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는 특별기여금 종료로 사라질 예정이던 부담의 일부가 예보료 인상으로 다시 채워지는 셈이어서 비용 감소 효과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업권별 예보료율 수치는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산출된 계량모형의 결과로서 업권과의 논의를 위한 참고용"이라며 "향후 업권별 최종 예보료율은 관련 업권, 민간전문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올해 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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