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삼천리자전거'가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한 뒤 소각해 주당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통주식 수까지 크게 줄어들 경우 시장 유동성이 한층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최대주주 측은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 지분율을 40%대 초반에서 50%대로 끌어올리며 과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공개매수가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구조인 셈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12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이달 18일부터 9월10일까지 삼천리자전거 보통주 240만8000주를 주당 5000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이번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총발행주식수의 19.42%에 해당한다. 공개매수가격은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 대비 22.25% 높은 수준으로 책정해 기존 주주들에게 일정 수준의 매각 프리미엄을 제시했다.
삼천리자전거가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에는 실적과 주가 사이의 괴리가 자리한다. 자전거 제조 및 여행 사업을 영위하는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면서 저평가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2024년 3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5년 12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과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2024년 말 4000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상반기 말 3000원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6배에서 0.38배까지 낮아졌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삼천리자전거가 선택한 해법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적지 않은 현금을 한꺼번에 투입한다는 점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외부 차입 없이 전액 자기자금으로 120억4000만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삼천리자전거의 현금 보유고(184억원)의 약 6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과 비교하면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미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발행주식의 20%에 가까운 물량을 추가로 시장에서 거둬들인다는 점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시장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임을 고려해 장내매수가 아닌 공개매수 방식을 택했다. 거래량이 적어 장내에서 대규모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삼천리자전거의 월간 거래량은 현직 임원의 배임 혐의로 상장실질심사를 거친 후 거래가 재개된 직후인 4월 1605만주에서 7월 72만4609주로 3개월 만에 95.5% 감소했다.
공개매수 물량이 전량 소각되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주식 수도 크게 줄어든다. 향후 계획대로 공개매수로 취득한 240만8000주를 소각하면 총발행주식수는 기존 1240만주에서 999만2000주로 감소한다. 공개매수 물량이 기존 유통주식에서 전량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 유통주식수 역시 686만8000주에서 446만주로 줄어든다. 전체 발행주식에서 유통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55.39%에서 44.64%로 낮아진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식 유동성 측면에서 서로 엇갈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유통주식 수 감소는 동일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주당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물량까지 줄어드는 만큼 이미 위축된 유동성을 개선하는 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가치 상승이 실제 시장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거래 수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달리 공개매수 이후 최대주주 측이 얻게 되는 지배력 강화 효과는 비교적 명확하다. 최대주주 측은 별도 자금 투입 없이 현재 40%대 초반인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향후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물량이 전량 소각되면 삼천리자전거의 발행주식수는 1240만주에서 999만2000주로 줄어든다. 이에 최대주주인 지엘앤코 외 1인의 지분율은 41.45%에서 51.44%로 약 10%포인트 상승한다. 보유주식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과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배당 정책에서도 최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삼천리자전거가 기존과 동일한 규모의 총배당금을 유지한다면 발행주식 수 감소에 따라 주당배당금(DPS)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삼천리자전거 측도 이번 공개매수 및 소각 이후 기존과 동일한 총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주당 배당금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실상 향후 삼천리자전거가 배당 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경우 최대주주 측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기존과 동일한 DPS를 유지한다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총배당금이 줄어들어 배당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개매수에 따른 최대주주의 지분율 상승을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목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분율 상승은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소각할 경우 발행주식 수 감소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천리자전거 측은 최대주주인 지엘앤코와 공개매수의 조건과 방법 등에 대해 사전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금 보유고의 약 65%를 투입하면서까지 발행주식의 19.42%를 사들여 소각하는 선택은 향후 삼천리자전거의 자본배치와 주주환원 정책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주당가치 제고 효과가 유동성 감소라는 부담을 넘어 실제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 과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는 최대주주 측의 지배구조 변화가 향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공개매수를 통해 대규모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려는 구체적인 배경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질의하고자 삼천리자전거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특정 담당자만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락처를 남겼지만 담당자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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