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경기 용인시 '제네시스 수지' 전시관 1층. 차량 3대가 검은 천에 싸여 있었고 앞부분에 두 개의 가늘게 쭉 이어진 빛이 새어 나왔다. 잠시 후 덮개가 걷히고 차체가 반 바퀴 돌아 옆면을 드러내자 앞뒷문이 날개를 펼치듯 서로 마주 보며 열렸다. 현대자동차가 조만간 출시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 네오룬·GV90'이 공개된 순간이다.
상위 트림 네오룬은 앞문과 뒷문이 동시에 마주 보며 열린다. 앞문은 일반 차량처럼 열리는 반면 뒷문은 먼저 차체 바깥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후 뒤쪽으로 돌면서 열렸다. 두 문이 활짝 펼쳐지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를 막던 기둥(B필러)이 사라지며 개방감이 압도적이었다. 제네시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이 방식은 '네오룬 아치 게이트'로 불리며, 그 덕분에 일반 차량보다 개방감이 크고 승하차 공간도 넓어졌다.
B필러는 원래 차체 옆을 받쳐주면서 옆에서 부딪혔을 때 뼈대 역할을 하는 기둥이다. 제네시스는 이 기둥을 없애는 대신 문 안쪽에 두꺼운 철판을 넣어 강도를 채웠고, 문과 차체를 서로 연결해 충격이 한곳에 몰리지 않고 퍼지게 만들었다. 좌석 주변 차체는 기존보다 1.5배 두껍게 만들고 곳곳에 튼튼한 철제 부품을 채워 넣어 기둥이 있는 차량만큼 안전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네오룬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1열인 운전석과 동승석에 180도 회전하는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도 적용됐다. 시트가 돌아가면 앞좌석과 뒷좌석이 마주보게 돼 대화를 나누거나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차가 완전히 멈추고 좌석에 승객이 없을 때만 회전할 수 있다. 네오룬보다 외장과 실내 모두 소재와 색상을 더 고급스럽게 꾸민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은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이번 GV90은 네오룬과 기본형 모두 시동 버튼 없는 새 전원 체계를 갖췄다. 현대차그룹 차량 중에서는 처음 적용된 방식으로, 문 손잡이를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운전자를 맞이한다. 탑승해 문을 닫으면 회전형 변속 레버가 움직이며 주행 준비 상태로 바뀌고, 이후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넣으면 별도 조작 없이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 놓인 팝업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끌었다. 주행 중엔 23.6인치 화면에 속도와 내비게이션, 음악 정보 등이 표시된다. 차를 세운 뒤 확장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가 90㎜ 위로 솟아올라 1.7배 커진 24.6인치로 바뀌면서 더 큰 화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확장 버튼을 누르면 안전을 위해 '주행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떴고 이에 동의해야 화면이 올라갔다. 화면 크기는 3종 모델 모두 같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도 탑재됐다. 차량용 인공지능(AI) 비서 '글레오 AI'와 대화하며 차량을 제어하거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배터리는 123.5kWh 용량으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크다. 기본형인 GV90 스탠다드 7인승 기준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으며, 350kW급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22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GV90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전용 차세대 플랫폼인 ‘eMP(electric Mobility Prime)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에 요구되는 공간성과 주행 성능, 승차감 등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245㎜의 축간거리를 바탕으로 한 넉넉한 실내 공간에는 플랫 플로어와 슬림 칵핏이 적용돼 탑승객에게 한층 편안하고 여유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이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리는 'GV90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미디어에 먼저 선보인 자리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는 지난 10년간 대담한 혁신, 차별화된 디자인과 고객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GV90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기술을 향한 제네시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플래그십 SUV로 럭셔리 모빌리티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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