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자산운용이 공개매수를 통한 가비아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가격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주주 엑시트 기회라는 평가와 중복상장으로 저평가된 기업의 미래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선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후 재투자와 이사회의 거래 검증 절차, 주요 주주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도 변수로 떠올랐다. 딜사이트는 가비아 상장폐지를 둘러싼 가격과 절차, 거래 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의 가비아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개인 지분 거래와 회사 차원의 의사결정의 경계를 두고 쟁점으로 떠올랐다. 맥쿼리와 가비아가 지난 2월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19일간 재무실사까지 진행했다. 반면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이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시점은 7월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때였다는 게 가비아 측 설명이다.
최대주주 측은 개인주주 지위에서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대상이 가비아 최대주주 측 지분 24.37%로 거래 자체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데다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와 자진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회사 자료를 활용한 실사까지 이뤄진 만큼 이번 거래를 어디까지 개인주주의 지분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어느 시점부터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으로 봐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가비아와 맥쿼리자산운용그룹은 지난 2월25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4~6년간 약 6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에 100MW 이상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양사의 관계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공개됐다.
사업 협력은 두 달 만에 경영권 거래 검토로 이어졌다. 가비아가 지난 7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에 보낸 이사회 의견서에 따르면 맥쿼리 측과 NDA를 체결한 날짜는 4월25일이다. 이후 안진회계법인이 총 19일간 가비아에 대한 재무실사를 진행했다. 정확한 실사 시작일과 종료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맥쿼리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7월17일 김홍국 공동대표 등 최대주주 측이 보유한 가비아 주식 327만248주(24.37%)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매가격은 주당 4만8000원, 총 거래대금은 약 1570억원이다. SPA가 이행되면 가비아의 최대주주는 김 대표 측에서 맥쿼리 측으로 변경된다.
사흘 뒤인 7월20일부터는 같은 가격으로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가 시작됐다. 맥쿼리 측은 최대 980만5505주를 공개매수하고 이후 가비아를 자진 상장폐지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김홍국 대표 등 최대주주 측은 지분 매각대금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인수목적회사에 재투자해 비상장화 이후에도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개인 지분 매각'이라지만…최대주주 바뀌고 자진 상폐까지
쟁점은 이번 거래를 단순히 최대주주 개인의 지분 처분으로 볼 수 있느냐다. 가비아 이사회는 얼라인에 보낸 공식 회신에서 회사 및 이사회 차원에서 이해관계 없는 이사를 기준으로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시점에 이르러서야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 개시 이전에는 회사 차원의 가격 검증이나 잠재적 인수후보 탐색 등 조치를 검토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거래를 직접 추진한 김홍국·원종홍 공동대표 측도 이사회에 사전에 별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두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SPA 및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할 당시 기본적으로 개인주주의 지위에서 보유 주식을 매각한 것이며, 거래 정보가 시장에 미칠 영향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를 이사회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SPA는 일반적인 개인주주의 지분 처분과는 거래 성격에 차이가 있다. 매각 대상은 김 대표 등 최대주주 측이 보유한 24.37%로, 거래 종결과 동시에 최대주주가 맥쿼리 측으로 바뀐다. 맥쿼리는 이를 발판으로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장폐지와 완전자회사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개인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거래 결과로 회사의 지배주주와 상장 지위가 모두 바뀔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 거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료를 활용한 재무실사도 이뤄졌다. 가비아 측 설명에 따르면 실사 과정에서 제공된 자료는 통상적인 재무실사 자료였으며, 상법과 회사 정관 및 이사회 규정상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이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측은 별도 이사회 안건 상정 없이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자료를 제공했다.
김 대표와 원 대표가 개인주주인 동시에 가비아 대표이사라는 점도 이번 거래의 성격을 판단할 때 고려할 부분이다. 개인주주로서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는 것과 두 사람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회사의 자료가 잠재적 인수자에게 제공돼 실사가 이뤄진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가 최대주주 변경에 그치지 않고 일반주주의 투자 판단과 회사의 상장 지위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이사회 차원의 독립적인 검토가 어느 시점부터 필요했는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가비아 측은 실사자료 제공이 이사회 결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어서 사전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 자체를 곧바로 절차상 하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회사 자료를 활용한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에게 거래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이사회 차원의 가격·절차 검증 역시 공개매수 이전에는 이뤄지지 못했다.
최대주주 측의 재투자 역시 독립적인 검증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주주는 공개매수에 응하면 가비아와의 투자관계가 종료되는 반면 최대주주 측은 재투자를 통해 비상장화 이후에도 기업가치 변화에 계속 노출된다. 최대주주 측과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거래 논의가 시작된 시점과 제안 주체는 물론 NDA 체결과 실사자료 제공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개매수 시작 열흘 뒤 특별위…사후 검증 나선 이사회
이사회 차원의 독립적인 검증 절차는 거래가 공개된 이후에야 가동됐다. 가비아는 지난달 30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이사 2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개매수 목적의 정당성과 거래조건의 공정성, 거래절차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홍국·원종홍 대표도 거래 과정에 관한 자료를 특별위원회에 제공하도록 했다.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시점은 맥쿼리 측이 최대주주와 SPA를 체결한 지 13일,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난 뒤다. 이에 특별위의 검증은 거래조건이 정해지기 전 이를 심사하는 사전 절차가 아니라 이미 체결된 SPA와 진행 중인 공개매수의 적정성을 사후적으로 살펴보는 형태가 됐다.
특별위가 어느 수준까지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가비아는 외부 재무전문가와 법률자문사를 선임해 공개매수가격과 절차 등을 독립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특별위 검토 결과에 따라 이사회가 공개매수에 어떤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지, 거래조건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이 향후 절차적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별위원회 설치를 논의한 7월30일 이사회에서는 김 대표와 원 대표의 특별이해관계 여부를 두고 논의가 있었음에도 두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사가 관련 안건 심의와 결의에 참여했다. 가비아가 두 대표의 의결 참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법적·절차적 근거 역시 향후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최대주주 측이 개인주주 지위에서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출발했지만, 거래 종결 시 최대주주가 변경되고 공개매수와 자진 상장폐지까지 예정돼 있다”며 “개인 간 지분 매매라는 형식만으로 이사회 차원의 사전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 사후에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이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절차적 공정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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