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 유력 후보로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서 은행연합회장의 적정 연령을 둘러싼 논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윤 전 회장은 1955년생으로 1957년생인 조용병 현 은행연합회장보다 두 살 많다. 차기 회장에 선임될 경우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의 세대교체 흐름과 달리 은행연합회장은 오히려 연령대가 높아지는 셈이다.
은행연합회장의 역할이 회원사 간 이해관계 조정과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있는 만큼 나이보다 경륜과 정책 조율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은행권 리더십이 빠르게 젊어지고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쟁 등 산업 의제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 인선에서도 변화 대응력과 새로운 의제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이사회 구성원인 KB국민은행은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을 추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B금융 출신 후보로 윤 전 회장과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 등이 거론됐지만 최근 윤 전 회장을 추천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연합회 이사회 소속 은행은 회장 후보를 1명씩 추천할 수 있다.
윤 전 회장은 후보군 가운데서도 경쟁력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9년 동안 KB금융 회장을 맡아 은행을 비롯해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업 전반을 아우르는 금융지주를 장기간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과의 정책 소통 경험과 금융권 내 네트워크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은행연합회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회원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부·금융당국에 은행권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한 만큼 오랜 기간 금융지주를 이끈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전 회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그의 연령도 차기 회장 인선의 변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은행연합회 정관 제22조는 회장을 총회에서 선출하고 임기를 3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별도의 연령 상한이나 정년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연령 자체가 후보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윤 전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현직인 조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인사가 후임을 맡게 된다.
연령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최근 은행권의 리더십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CEO와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금리와 건전성, 규제 대응 등 전통적인 은행업 현안에 더해 AI·디지털 전환, 플랫폼 경쟁 등 새로운 의제가 은행권의 핵심 현안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은행연합회 역시 회원사의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은행권의 공동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 인선에서도 기존의 경륜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의제에 대한 이해도와 변화 대응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회원사 CEO와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표하는 연합회장의 연령대가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금융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연합회장은 개별 은행의 디지털 사업이나 플랫폼 전략을 직접 집행하는 CEO와 역할이 다른 만큼 연령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해관계가 다른 회원사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금융당국·정부와 정책을 협의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오랜 금융권 경험과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윤 전 회장의 장기간 금융지주 경영 경험이 연령을 상쇄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다양한 금융업종을 경험한 데다 금융당국과의 소통 및 주요 정책 현안에 대응해 온 경험이 은행권의 공동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 연령 자체보다는 급변하는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와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조정 능력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윤 전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차기 은행연합회장 도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7월 초 KB금융 고문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을 앞두고 자리를 정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이 다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3년 전과 비교하면 나이 측면에서 크게 달라졌다”며 “은행권 전반에서 세대교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은행연합회장은 흐름에서 역행하는 게 맞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은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라 회원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연령보다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 정책 조율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30일 만료된다. 은행연합회가 통상 회장 임기 만료 2~3개월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선임 절차에 착수하는 만큼 이르면 9월부터 인선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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