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CJ제일제당이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전분당 사업을 매물시장에 내놨다. 지난해 2007년 분할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당기순손실을 ‘생존의 경고’로 인식한 뒤 내부적인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7일 투자은행(IB) 및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주요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전분당 사업부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매각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 전분과 물엿·포도당·과당 등 감미료를 생산하는 B2B(기업간거래) 소재사업이다.
전분당 사업 매각은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숨 가쁘게 이뤄진 쇄신작업 이후 나온 첫 결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사업 매각과 관련해 “미래혁신사무국 신설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사업을 점검하면서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41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07년 분할 이후 첫 연간 순손실이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이를 ‘생존의 경고'로 규정하고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3월 윤 대표 직속으로 전사적인 체질 개선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조직인 미래혁신사무국을 신설했다.
이어 지난달 1일 기존 식품·바이오 중심의 사업체제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등 3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조직을 먼저 개편한 뒤 전분당 사업을 정리 대상으로 선정한 게 아니라 전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자본효율성을 점검하면서 조직구조 재설계와 한계사업 정리를 함께 검토한 것이다.
전분당이 첫 매각 후보로 수면 위에 오른 것은 핵심소재 사업 가운데서도 CJ제일제당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 원재료를 대량으로 가공하는 장치산업이다. 생산량과 설비 가동률이 높을수록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 단위당 고정비를 낮출 수 있어 시장점유율이 원가경쟁력과 직결된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전분당 B2B 시장에서 점유율 4위에 머물러 있다. 선두 사업자보다 생산·판매 규모가 작은 만큼 원재료 대량 구매와 설비 가동률 측면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불리한 구조다. 추가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보다 사업을 매각해 자본을 회수한 뒤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재투자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브라질 대두 가공 자회사 CJ셀렉타와 그린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다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중국 효소 자회사 CJ유텔바이오텍은 작년에 매각했고 사료·축산 사업을 담당하던 CJ피드앤케어도 올해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다.
다만 과거에는 개별사업 단위로 매각을 검토했다면 지금은 전사 차원에서 사업별 경쟁력을 상시 평가하고 유지와 육성, 효율화, 철수 여부를 결정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전분당에 이은 추가 사업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혁신사무국이 전사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결과를 조직개편에 반영했다면 각 사업에 대해서도 향후 방향성을 상당 부분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소재에 포함된 사업 가운데 시장 지위가 낮거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후속 효율화 또는 재편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앞선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래 혁신 차원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방안의 하나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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