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 대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PFAS 저감과 대체 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적용 시점과 완료 목표를 처음 공개하며 실행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환경 규제가 연구개발을 넘어 제품 전략과 공급망 관리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소형 제품군을 시작으로 PFAS 대체를 확대하고 2035년에는 전 제품에서 단계적으로 PFAS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FAS 저감과 대체 기술 확보에 집중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언제부터 어떤 제품에 적용할지까지 시간표를 제시했다.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단계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PFAS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소재다. 내열성과 내화학성, 발수·발유 특성이 뛰어나 OLED와 LCD 제조 과정에서 포토 공정과 코팅, 표면처리, 광학필름 등 다양한 소재에 활용된다. 반면 자연 상태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인체에 축적되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성능이 우수한 만큼 이를 대체할 소재를 확보하고 양산 공정에서 동일한 품질과 수율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글로벌 규제 강화가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2023년 독일·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 5개국이 제출한 PFAS 제한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자업계는 향후 규제 범위와 시행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PFAS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체 기술 확보와 공정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쪽에 들어가는 소재들을 PFAS-Free로 하기는 조금 어렵다”며 “대체 소재는 많이 개발 중이나 상당수는 아직 연구 단계”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26 ESG 보고서’에서 PFAS 퇴출 시점에 대해 2035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제시한 것도 이런 산업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 소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적용한 뒤 장기간 신뢰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소형 제품군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중대형 제품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전환 방식을 택했다. 한 번에 모든 제품을 바꾸기보다 공정 안정성과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전환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술 개발에 머물렀던 PFAS 대응도 이제는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인증기관 SGS의 ‘PFAS Screened’ 인증을 획득해 약 250종의 PFAS가 검출되지 않았음을 확인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비납 부품과 친환경 접착제, PFAS-free 재료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PFAS 함량 저감과 대체 기술 확보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외부 검증을 거친 소재를 제품에 적용하는 단계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PFAS가 환경 과제를 넘어 경영 리스크로 관리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체 소재 개발은 물론 공급업체와의 협력, 사용 현황 관리까지 함께 추진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환경 규제가 연구개발을 넘어 원재료 조달과 공급망 관리, 제품 전략 전반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PFAS 대응 역시 ESG 활동을 넘어 사업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이번 로드맵이 특정 규제 일정에 맞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ESG 리포트를 통해 당사의 중장기 환경경영 추진 방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공유한 것”이라며 “특정 규제 일정에 맞춘 것이 아니라 중장기 환경경영 계획의 일환으로 수립한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5년 목표는 기술 개발과 공정 적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했으며 관련 기술 개발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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