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인쇄회로기판(PCB) 전문기업 티엘비가 주가 희석 우려를 딛고 13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할인된 발행가와 무상증자에 따른 가격 메리트, 베트남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한 성장 투자, AI 서버용 차세대 메모리 모듈 시장 확대 기대가 맞물리면서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1만2282%에 달했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가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성장성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평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엘비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07만3000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확정발행가액은 6만4200원, 조달 금액은 총 1330억8660만원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베트남 현지법인의 2공장 신축 등 설비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티엘비는 유상증자와 별도로 보통주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도 함께 추진한다.
청약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구주주 청약률은 95.21%에 달해 실권주는 전체 모집주식(207만3000주)의 4.8%인 9만9201주에 그쳤다. 이어 실권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는 약 1억2200만주의 청약이 몰리며 경쟁률 1만2282%를 기록했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와 주당순이익(EPS) 희석 우려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청약이 부진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티엘비가 이례적인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성장 투자, AI 사업 확대 기대가 꼽힌다.
우선 청약자 입장에서는 가격 메리트가 컸다. 청약일(7월 9~10일) 종가는 6만8700원~7만5200원으로 확정발행가액(6만4200원)보다 최대 15%가량 높았다.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다, 납입 직후 1대 1 무상증자까지 예정돼 있어 실질 매입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구주주와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를 이끌었다.
조달 자금의 사용처도 시장 신뢰를 높였다.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 확보가 아니라 베트남 2공장 증설이라는 명확한 성장 투자에 전액 투입된다는 점에서다. 안산 공장과 베트남 1공장이 이미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점은 중장기 실적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증설이 AI 서버용 PCB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투자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안산 2공장과 베트남 1차 투자분은 올해 3분기부터, 이번 유상증자 자금이 투입되는 베트남 2차 투자분은 2028년 1분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2차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매출 기준 생산능력은 3000억~3500억원 수준에서 약 6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가는 코스닥 시장 전반의 부진과 유상증자에 따른 EPS 희석 우려가 겹치며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AI 서버용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인 SOCAMM2 관련 매출 전망이 연초 200억원 수준에서 최근 700억원 안팎까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고부가가치 기판(BVH)보다 판매단가가 약 두 배 높은 SOCAMM 비중이 확대될수록 수익성 개선 효과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캐파 증설 이전에도 실적 추정치가 추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월간 캐파 약 20%가량 추가적으로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SOCAMM 매출 또한 본격 확대될 예정”이라 “차세대 제품 전환 가속화는 수익성 개선 속도도 함께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티엘비 측의 유증 흥행 배경과 향후 전략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