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AI 전략을 설명하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과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가 탄소중립과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 성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AI 거버넌스와 안전성을 핵심 의제로 다루는 비중이 한층 커졌다.
다만 AI를 바라보는 전략은 확연히 달랐다. 네이버가 기존 플랫폼 전반에 AI를 녹여 경쟁력을 높이는 플랫폼 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카카오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진화를 모색했다.
네이버는 최근 발간된 2025년 통합보고서에서 '온서비스(On-Service) AI'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검색과 쇼핑, 플레이스, 광고 등 기존 서비스 전반에 AI를 내재화해 이용자 경험을 고도화하는 것이 골자다. 최수연 대표는 대표이사(CEO) 메시지를 통해 AI 브리핑 확대와 AI 쇼핑 에이전트, AI 탭 등을 기반으로 검색부터 구매와 방문까지 끊김없이 이어지는 서비스 경험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구성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드러난다. '모든 버티컬에 스며든 AI', 'AI 브리핑', '발견·탐색 중심 커머스', 'AI 에이전트가 이끄는 네이버 2026' 등을 별도 장으로 배치하며 AI를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반면 카카오는 '에이전틱(Agentic)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서비스를 AI로 고도화하는 수준을 넘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이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예약·검색·결제 등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신아 대표는 CEO 메시지에서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며 자체 AI 모델 '카나나(Kanana)'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도 AI를 '일상 맥락을 이해해 의도에 맞는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PlayMCP와 AI Agent Builder 등을 통해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AI를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했지만 방향은 달랐다. 네이버가 AI를 기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카카오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이용 방식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생성형 AI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AI를 어떤 서비스 구조와 생태계 안에서 구현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를 둘러싼 거버넌스 역시 ESG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AI Safety Framework를 통해 AI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AI 리스크를 예방하고 플랫폼 전반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지속가능한 AI 경쟁력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카카오도 AI 안전성과 윤리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자체 AI 모델 카나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사람 중심 AI를 구현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 경쟁을 넘어 AI 안전성과 신뢰 확보 역시 ESG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ESG 핵심 이슈를 선정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네이버는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 인적자본, 온실가스 및 에너지 관리 등을 핵심 이슈로 선정하며 플랫폼 운영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뒀다.
반면 카카오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과 함께 이용자 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중대 이슈로 제시했다. 이용자 신뢰 확보와 사회적 책임을 지속가능경영의 주요 과제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두 회사 모두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네이버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운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2040 카본 네거티브'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는 재생에너지 조달 규모를 전년 대비 2.8배 확대하고 안산 데이터센터의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 전환 성과를 부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발간된 지난해 양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ESG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미래 성장동력이자 새로운 사회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ESG 역시 환경·사회적 책임을 넘어 AI 전략과 AI 거버넌스를 설명하는 창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AI를 기존 검색·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전략을,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ESG 보고서 전반에 담았다"며 "AI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이를 얼마나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지가 앞으로 플랫폼 기업의 ESG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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