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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넉넉한데 '뮤' 이후 안 보인다…길어지는 성장동력 공백
이태민 기자
2026-07-08 09:00:00
테르비스 개발 재정비로 출시 지연…1000억 주주환원에도 신작 부재 부담
이 기사는 2026-07-07 10:19:15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게임사와 중견·중소 게임사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허리층'인 중견 게임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에 나서는 등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중견 게임사들이 자체 개발, IP 확장, 신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아울러 이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와 제도적 지원 방안도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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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분기 기준 웹젠 개발 자회사 목록.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중견 게임사 ‘웹젠’이 대표 IP인 '뮤(MU)' 이후를 책임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자체 개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부 개발사 투자와 퍼블리싱 전략의 한계를 경험한 뒤 개발 자회사를 늘리고 차기작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대작 '테르비스'의 개발 방향 재검토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흑자를 유지하고 1000억원대 주주환원 정책을 집행할 만큼 재무여력은 충분하지만, 업계에서는 웹젠의 행보가 중견 게임사들이 직면한 성장 한계와 개발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중견 게임사 전반의 연구개발(R&D) 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부 퍼블리싱 전략 한계…자체 개발 확대 승부수


7일 업계에 따르면 웹젠은 2023~2024년 ▲하운드13(300억원) ▲던라이크(60억원) ▲파나나스튜디오(50억원) 등 외부 개발사에 지분을 투자해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대 투자처인 하운드13과 '드래곤소드' 계약 분쟁을 겪으면서 외부 퍼블리싱 모델의 한계도 함께 부각됐다. 개발 일정과 게임 완성도를 회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에 최근에는 자체 개발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웹젠은 올해 1분기에만 웹젠엠·웹젠레드기어 등 2개 자회사를 신설했다. 웹젠의 개발 자회사 수는 2025년 1분기 10곳에서 올해 1분기 12곳으로 증가했다. 이들 자회사 대표는 김태영 웹젠 대표가 겸하고 있다. 장르별 개발 조직을 세분화하는 동시에 신작 기획 방향을 통일해 의사결정 효율성과 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내부 기대작 '테르비스'의 개발 방향성 재정비에 들어갔다.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개발 일정이 길어질수록 투자금 회수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게임 개발비는 출시 이후 흥행 성과를 통해 회수되지만, 개발 지연이 장기화되면 수익화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테르비스'의 전체 개발비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전담 개발사인 웹젠노바에 대한 종속기업투자 장부금액을 통해 투입 자금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웹젠의 웹젠노바 누적 출자금은 올해 1분기 163억원으로 지난해 말(133억원)보다 30억원 증가했다. 향후 개발 방향 수정 과정에서 기존 개발 성과물 일부가 활용되지 못할 경우 투입 자금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웹젠의 재무체력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1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웹젠은 지난 3월 203억원 배당, 5월 440억원 규모 자기주식 소각에 이어 오는 9월 10일까지 11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다. 연내 165억원 특별배당도 예정돼 있다. 신작 공백기에도 대규모 주주환원을 유지할 만큼 재무여력은 충분한 상태로 평가된다.

신작 개발 지연·중단에 ‘휘청’…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필요 여론


문제는 게임 산업 특성상 개발 초기 단계에서 흥행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플레이하고 상호작용해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흥행 실패에 따른 위험은 개발사가 부담하지만, 성공에 따른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 같은 구조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게임사보다 중견·중소 게임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이 두터운 대형 게임사는 여러 신작을 동시에 개발하며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중견 게임사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한 편의 지연이나 중단이 실적과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웹젠의 잉여현금흐름은 뮤 IP 매출 감소와 신작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2024년 608억원에서 2025년 90억원으로 1년 만에 85%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47억원에서 1744억원으로, 순이익은 568억원에서 235억원으로 각각 17.2%, 58.6% 줄었다.


웹젠은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견·중소 게임사는 신작 실패나 개발 지연이 곧바로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처럼 게임 역시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R&D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산업이지만, 현재 국내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는 영상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게임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반면 영국은 게임 제작비의 25~34%를, 프랑스와 호주는 3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손실 기업도 공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을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환급형 세액공제는 웹젠처럼 신작 공백으로 실적이 둔화된 중견 게임사에도 의미가 있다. 일반 세액공제는 납부할 세금이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환급형은 적자를 기록해도 공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차기작 개발 자금 확보와 R&D 투자 지속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웹젠은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신작 공백기를 버틸 수 있는 재무체력을 갖춘 편"이라며 "중견 게임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하나의 성패가 회사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만큼, 환급형 세액공제와 같은 지원 장치가 마련된다면 차기작 개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웹젠의 자체 개발 강화 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테르비스'를 비롯한 차기 신작의 흥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시간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뮤 이후를 책임질 새로운 IP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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