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기업공개(IPO)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시장에 지분증권을 내놓고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데뷔다. 발행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여주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발표한다. 그리고 실제로 상장을 통해 유치한 공모 자금을 밑거름 삼아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한다.
IPO는 수학능력시험과 닮은 구석이 있다. 수능은 학생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고, 통상 12년이라는 세월을 모두 쏟아붓는 한판승부다. 과거 쌓아온 결실을 보여주고 미래를 계획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비슷한 부분이라면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능을 다시 치는 N수생이 있는 것처럼, 상장을 준비하다 접고 다시 나서는 N수생이 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유명한 N수생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가 처음 상장에 나선 건 2022년이다. 그러나 팬데믹을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그다음 해에 철회했다. 재수에 도전한 시기는 2024년이다. 수요예측까지 마치고 청약을 앞뒀으나 시장이 제시한 금액이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완주를 포기했다. 이번이 무려 삼수다.
케이뱅크는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삼수 끝에 증시에 입성했지만 주가 퍼포먼스는 부진하다. 지난 3월에 상장한 후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8300원)를 상회한 건 첫 거래일 뿐이다. 7월 들어 주가는 5600원선을 오가고 있다. 케이뱅크 청약에 참가했던 일반 투자자는 손해를 보고 있을 공산이 크다.
케이뱅크의 N수 과정을 지켜본 한 증권사의 IPO 실무진은 예상한 결과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에게는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수익률 보전 약정에 따라 반드시 넘어야 하는 가격선이 있었고, 시장에서는 그 금액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 나왔다. 케이뱅크는 도전과 철회를 반복하며 평가가 달라지길 바랐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실 당연한 일”이라며 “신사업이나 실적 개선 등 실질적인 성장이 없는데 재평가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달에는 새로운 재수생들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재수생인 레몬헬스케어는 6일, 삼수생인 레메디는 13일 상장 예정이다. 두 기업 모두 나름의 몸 만들기를 거쳤으나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사히 IPO를 끝마치고 증시에 안착하려면,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이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는 모든 N수생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상장을 포기했던 싸이몬은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크리에이츠도 2년 만에 예심을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컬리 역시 IPO 재추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재도전의 결과가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이 과정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이 납득할 만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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