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올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500조원 고지를 넘었다. 규모보다 속도가 더 충격적이다. 시장이 출범한 2002년부터 2025년 말까지 23년이 걸려 297조원을 쌓아올렸는데, 2026년 상반기 단 6개월 동안 215조원이 더 쌓였다. 지난해 연간 증가폭(123조6000억원)의 1.7배를 반년 만에 달성했다.
2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ETF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2026년 6월 말 기준 51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297조1000억원에서 불과 6개월 만에 72.4% 급증한 수치다. 상장 종목수도 같은 기간 1058개에서 1143개로 늘었다. 상반기에만 99개가 신규 상장했다.
500조 돌파까지의 경로를 역사적으로 따라가면 이 시장의 팽창이 얼마나 가파른지 실감된다. 2002년 3444억원으로 출발한 국내 ETF 시장은 2012년에야 14조7000억원, 2022년에 7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00조원 문턱은 2023년에 처음 넘었다. 200조원은 2024년, 300조원은 2025년 초에 돌파했다. 이번 400조원에서 500조원까지는 한 달이 소요됐다. 2026년 5월 한 달 동안 77조6000억원이 유입면서다. 이 추세라면 연내 600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일평균 거래대금 자체도 2025년 5492억원에서 2026년 5월 3조418억원으로 5.5배 급증했다. 시장의 팽창은 개별 운용사 AUM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연초 113조5000억원에서 6월 말 200조8000억원으로 불어나며 국내 단일 ETF 운용사 최초로 순자산 200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97조5000억원에서 158조7000억원으로 커지며 100조원대를 굳혔다.
상반기에만 10조원 이상 AUM이 늘어난 곳은 삼성운용(87조3000억원)·미래에셋운용(61조2000억원)·KB운용(16조7000억원)·신한운용(14조3000억원)·한투운용(11조1000억원) 등 다섯 곳에 이른다.
국내 ETF 시장 성장의 엔진은 코스피 랠리였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역대급 상승장을 연출했다. 4214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6월30일 기준 8476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대형 패시브 ETF의 순자산이 지수 상승분만큼 자동으로 불어났다.
국내 증시에 베팅하는 ETF 투자 수요 자체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피 대비 ETF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2025년 연간 44.3%에서 2026년 5월 60.6%로 치솟았다. 주식 거래의 60% 이상이 ETF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역사적으로도 너무 가파른 성장인 만큼 구조적 위험도 제기된다. 올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가 동시 상장되면서 고변동성 ETF상품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상장 이후 한 달간 이들 2배 레버리지 16개 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에 달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6조1000억원)·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조6000억원) 등은 상장 직후 수조원대 자금을 빨아들였다.
이미 과열된 시장에 레버리지ETF까지 쏟아져 증시 전반의 변동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전부터 연평균 53을 기록하며 상시적 고변동성 국면에 들어선 상태였다.
상장 이후 한 달간 VKOSPI는 81을 돌파했고 이달 9일에는 91.2를 찍으며 역사적 신고점을 갱신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89.3)마저 넘어선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200 내 비중이 65%를 웃도는 만큼 특정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해외 시장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500조 ETF 시장의 또 다른 과제로 시장 양극화 해소가 남아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산 점유율은 70.1%로 시장의 7할을 양사가 과점하는 구조다. 이 비율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시장 자체는 커졌지만 상위사와 하위사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머지 26개 운용사가 29.9%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중소형 운용사들이 생존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상반기 ETF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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