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청주 배전캠퍼스 구축을 통해 확대된 캐파(CAPA)를 바탕으로 월등히 경쟁력 있는 납기를 갖추게 됐습니다. 빠른 구축이 중요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큰 이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은 25일 충북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산캐파는 연 500만대 수준에서 현재 850만대로 기존 안성공장과 비교하면 70% 확대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130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HD현대일렉은 지난해 11월 청주 배전캠퍼스를 준공하며 배전기기 사업 확대를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이 부사장이 꼽은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속한 납기에 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사양 제품인 38kV 진공차단기(VCB)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통상 1년 이상 납기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HD현대일렉은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의 납기를 제시할 수 있었고 실제 38kV VCB 단독으로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에서는 납기와 기술 지원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 부사장의 판단이다.
신속한 납기의 경우 공정 전반에 걸쳐 녹아 있는 자동화 덕분으로 분석된다. 단순·반복 공정과 물류 영역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배전캠퍼스의 자동화율은 최대 95%에 달했다.
이 부사장은 “단순 공정이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직원들은 물류 자동화 운영, 데이터 검증, 설비 관리 등 더 수준 높은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며 “직원 쪽에서는 자신의 업무 역량과 기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회사에서는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더욱 고도화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는 패키지 영업이 가능한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HD현대일렉의 전력변압기는 북미시장에서 2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변압기에서 구축하고 있는 시장 지배력이 배전기기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 부사장은 “발주처 쪽에서는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제품 간 연계, 기술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HD현대일렉은 일관된 원스톱 서비스와 기술 지원을 제공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배전기기 사업은 회사의 전력기기 사업 모태와 같다.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본부가 출범했고 이듬해 배전반 공장이 준공됐다. 1983년 중저압차단기 공장 준공, 2008년 배전반·배전변압기 공장 신축을 비롯해 등 지속적으로 생산기반을 확대했다.
이 부사장은 30년 이상 회사의 배전기기 사업과 동고동락한 인물로 배전기기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된다. 경북대 전기공학 석사 출신으로 1989년 12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90년 1월 배전반 전기설계 쪽에서 일을 시작했다. 2015년 1월 배전반 담당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고 2017년 HD현대일렉트릭으로 분사된 뒤에는 전력시스템영업 부문장(상무)을 맡았다. 2021년 11월에는 영업부문장 전무로 승진했고 2024년 11월 배전사업본부장 부사장에 올랐다.
이 부사장은 배전기기 사업에서 쌓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온화한 품성으로 임직원 사이에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권오갑 명예회장 체제에 이어 지난해 출범한 정기선 회장 체제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기선 회장 체제로 재편된 뒤에도 배전기기 사업 확대 선봉에는 이 부사장이 있다.
오랜 경력이 보여주 듯 배전기기 사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부사장은 “배전캠퍼스 구축 등 배전기기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성 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배전기기 매출 비중이 30% 수준까지 확대되면 전력기기 중심의 실적 구조를 보완하면서 회사 전체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D현대일렉의 지난해 배전기기 매출은 6556억원으로 전체(4조795억원)의 16%를 차지했다.
이 부사장은 데이터센터 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분야로 평가하며 사업 확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대비 2030년에는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4~2030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사장은 “데이터센터는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처럼 빠르게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는 분위기다”며 “GPU 확보도 중요하지만 실제 전력 공급 병목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HD현대일렉에도 상당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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