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북미 AI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진공차단기(VCB)의 경우 38kV급 제품인데 배전압 시험에서 80kV를 견딜 수 있도록 시험을 거듭합니다. 고품질 제품을 빠른 납기에 공급해 고객사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장춘오 HD현대일렉트릭 중저차생산부 부서장)
지난 25일 오후 12시30분 찾은 HD현대일렉트릭의 청주 배전캠퍼스는 축구장 12개 크기로 위용을 드러냈다. 부지 규모만 8만5420㎡(2만5000평)로 거대한 외형을 자랑했다. 공장 내부는 각종 자동화 설비로 조립부터 검사, 완제품 포장까지 연결돼 있는 유기체와 같았다.
자율이동로봇(AMR)은 취재진을 알아서 피해 이동했다.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에서 공급받는 산업용로봇의 거대한 팔은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제품을 들어올렸고 자동화 수직 이송 시스템은 8m 높이의 창고 랙에 입고돼 있는 제품을 실어날랐다. ‘캠퍼스’로 불릴만큼 HD현대일렉의 배전기기 생산역량은 한데 집약돼 있었다.
배전캠퍼스에는 AMR 12대가 활보한다.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ACR)과 물류 셔틀 로봇도 각각 10대, 20대가 있다. 자동화는 신속한 납기를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다. 기중차단기, 진공차단기를 생산하는 1층의 자동화율은 65%다. 배선용차단기(MCBB), 전자계폐기(MS)를 만드는 2층의 자동화율은 95%에 달했다.
중저압차단기 제품 가운데 가장 큰 38kV 진공차단기의 경우 미국 현지 톱티어 브랜드보다 6개월 이상 납기가 빠르다고 한다.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장춘오 HD현대일렉 부서장은 “38kV의 진공차단기는 1대당 10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에 속한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은 충북 청주 센트럴밸리에 1160억원을 투자해 배전캠퍼스를 구축했다. 기존 울산, 안성 등지에 분산돼 있던 중저압차단기 생산 시설은 청주 배전캠퍼스로 통합됐다. 중저압차단기 신공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됐다.
발전소와 산업 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중차단기, 진공차단기부터 일반 주택과 빌딩에 사용되는 배선용차단기까지 5만여종에 달하는 중저압차단기 제품이 생산된다. 다양한 산업 현장과 일상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는 제품군을 아우르는 만큼 청주 배전캠퍼스는 다품종 생산 체계와 안정적인 품질, 신속한 공급 대응 역량을 두루 갖춘 생산 거점으로 기능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고품질 전력 공급이 필요한 수요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회로를 보호하는 배전기기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외 전력 인프라 투자 무게중심은 발전설비와 초고압 변압기, 초고압 차단기 등 상위 계통 중심의 전력기기에서 배전기기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HD현대일렉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존 생산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청주 배전캠퍼스 건설을 결정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분산형 전원, 직류 전력망 확산이 맞물리며 배전은 단순히 전력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인프라 역할을 넘어, 에너지 대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전력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는 배전기기 시장 규모가 2025년 1203억 달러(약 170조원)에서 2034년 2032억달러(약 285조원)로 확대되며 같은 기간 연평균 6%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초고압변압기를 축으로 한 전력기기 매출이 70%에 달하는 HD현대일렉은 배전캠퍼스 구축으로 배전기기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전체 매출을 키우면서도 배전기기 비중을 확대할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배전기기 매출은 6556억원으로 매출 비중은 16%다.
이창호 HD현대일렉 배전사업본부장은 “배전기기 부문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해 왔다”며 “AI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가 더해지고 있는 만큼 배전기기 부문이 회사 성장의 한 축이자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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