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곱창을 배달해야 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 코로나로 손님 발길 뚝 끊겼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하게 된 거지."
대학가 앞에서 20여 년간 돼지곱창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A씨는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외식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짜장면, 족발 등 일부 음식에만 해당하던 '배달서비스'는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됐고 심지어 카페에서 커피 한 잔까지도 주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음식배달 시장이 이렇게 빨리 연간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논의를 할 시간도 부족했다. 논의 없이 급성장한 시장에선 여러 잡음이 나왔다.
'비용'은 그 잡음의 중심에 있다. 소비자는 어떤 음식을 먹든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배달비'라는 비용이 추가됐다. 소상공인은 코로나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매출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을 얻었지만 '수수료'라는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칼을 빼들었다. 2024년 공정위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배달플랫폼 업계는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안과 피해구제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다. 벌을 매기는 대신 문제를 고치게 하는 합의인 셈이다.
배민은 3년간 3000억원, 쿠팡이츠는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들고 왔다. 동의의결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래서 '기각'이라는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공정위의 판단 근거는 "경쟁질서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의 고민도 '비용'에서 비롯된다. 경쟁질서 회복이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후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진짜 소상공인을 위하는 길은 국고로 귀속되는 과징금이 아니라 상생안이라는 업계의 의견이 나온다. 반면 강한 제재가 공정한 경쟁을 만들고 그 경쟁의 후생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돌아올 거라고 공정위는 믿는 상황이다.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플랫폼은 시정명령 하나에 무너지지 않는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본안 심의 이후 소송으로 끌 가능성이 높다. 그 수년간 소상공인은 지금 이 구조 안에서 버텨야 한다.
설령 시정명령이 확정되더라도 플랫폼은 광고비를 올리거나 새 수수료 항목을 만드는 방식으로 수익을 회수한다. 전 세계 어디서도 규제 하나로 플랫폼 수익모델의 구조가 바뀐 사례를 찾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 수익 모델은 플랫폼이 태어난 방식 그 자체다. 초기엔 보조금으로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끌어모으고 네트워크 효과로 지배적 지위를 굳힌 뒤 수수료로 수익을 회수한다. 공정위가 플랫폼의 생존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 셈이다.
이 시장엔 단순한 악당이 없다. 코로나가 논의할 시간도 없이 시장을 키웠고 플랫폼은 그 공백을 채웠으며 소상공인은 선택지 없이 올라탔다. 공정위는 그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가 믿는 미래의 경쟁 회복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정위는 미래의 시장을 믿느라 현재의 소상공인을 외면했다. 그 믿음이 옳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 불확실한 미래를 기다리는 건 공정위가 아니다. 언젠간 코로나가 끝날 것이라 믿고 대출로 버텼던, 이웃 가게 사장님이 배달 기사로 오면 애써 모른 척 해주던, 지금도 돌아오지 않은 매출에 씀씀이를 줄이며 살아가는 소상공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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