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상품 검색부터 구매 결정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유통산업의 경쟁 규칙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에 정부가 기업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AI 전환 격차를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자본시장 전문미디어 딜사이트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AI가 바꾸는 유통의 미래지도'를 주제로 개최한 '2026 유통포럼'에 참석해 ‘AI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과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소비자 접점이 검색 중심 쇼핑에서 AI가 구매 과정을 대신 수행하는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과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구매 의사결정 과정의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유통 밸류체인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우리는 지금 플랫폼 커머스와 에이전틱 커머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고객에 대한 주도권을 더 많이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계의 핵심 성과지표(KPI)도 추천에 대한 신뢰도와 실제 구매 전환 성공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AI에 상품이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유통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브랜드몰 방문 감소, 가격·리뷰·배송 정보의 투명성 확대에 따른 마진 압박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AI가 추천하는 답변 도출과 상품 피드 등 새로운 기술 장벽도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형 뷰티·식품·패션 상품은 AI의 목적형 추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SME)의 글로벌 판매 기회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유통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 중소상공인 전환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하며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만큼 정책의 핵심은 'AI 전환 역량 격차 축소'와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질서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한 과제로 '유통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상품 정보 표준화'를 제시했다. “소상공인들은 (상품 정보) 표준화라는 이슈에 많이 떨어져 있다”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AI 시대에 맞는 표준화를 위해 정부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상품 정보 표준 체계 구축, 공동 데이터 스페이스 조성, AI 학습용 유통 데이터 확보, 데이터 품질 인증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어 정 교수는 소상공인 대상 AI 바우처 사업도 단순 구매비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가 코칭과 성과 관리까지 포함하는 '패키지형 실전 지원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공동 물류센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오프라인 거점을 AI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알테쉬'로 대표되는 중국 초저가 해외 직구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핵심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소비자 안전 기준을 강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며 "K커머스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AI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에이전틱 커머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표준화와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구매 동의 절차, 추천 책임 기준, 결제 보안, 분쟁 처리 체계, 실증 특구 등을 마련해 안전한 환경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대학·학회·기업·정부가 협력해 현장 중심의 AI 유통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AI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종속과 락인(lock-in) 현상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을 포함한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좋은 입지가 유통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좋은 AI 유통 환경이 경쟁력"이라며 "데이터 표준화와 소비자 신뢰가 확보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역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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